미국 금융시장 테러경보에도 건재

미국 금융시장이 테러위협에 강한 '내성(耐性)'을 보여주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가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 5개 금융기관에 대한 테러위협 수준을 '옐로(다소 높음)'에서 '오렌지(높음)'로 격상시킨 후 첫 번째 개장일인 2일 미국의 주식·채권·외환시장 등은 별다른 동요없이 하루를 넘겼다.둘째날인 3일에도 미 증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개장 초반 증시는 전날보다 하락 출발했다.

하지만 다우지수가 0.3%,나스닥 지수는 0.7% 하락하는 선에서 움직여 테러경보에 따른 파장은 미미했다.◆미 증시,테러위협에 익숙하다=이번 미 국토안보부의 테러경고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테러경보가 '오렌지'로 격상된 경우는 총 4차례. 2002년 9월10일 테러경보가 발동된 후 10일간 미 증시는 직격탄을 맞은 듯 하향 곡선을 그렸다.

S&P500지수는 7.7%,나스닥지수는 9.2%나 급락하며 미 증시는 테러공포에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작년부터는 분위기가 변했다.테러경보가 발동되면 주가가 오히려 크게 뛰었다.

테러위협 수준이 격상된 지난해 2월7일 이후 10일간 S&P500지수와 나스닥은 각각 1.2%,3.6%씩 상승했다.

테러단체 알 카에다의 미 본토에 대한 공격 경보가 내려졌던 지난해 5월20일 나스닥은 10일간 무려 7.4%나 올랐다.12월22일에도 테러위협 경고가 발표됐지만 미 증시는 견실한 상승세를 보여줬다.

증시뿐만이 아니다.

미 국토안보부 테러경고 발표로 지난 1일 '안전 투자처' 채권의 가격 급등이 예상됐지만 움직임(0.4% 상승)은 미미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가치는 오전에는 떨어지는 모습이 역력했으나 오후부터는 달러당 1백11엔 전후에서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테러리스크는 이미 고정변수=경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은 테러위협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테러경보를 더이상 뉴스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풀이하고 있다.

지난 3월11일 스페인 열차 폭탄테러가 발생한 이후 투자자들은 11월 미 대통령 선거 이전에 유사한 테러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심증을 굳혔으며,시장에는 이 같은 리스크가 이미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펀드 레이먼드 제임스의 제프리 사우트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가 자생력을 갖고 견실한 성장을 보여줄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테러위협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고용이나 투자에 대해 기업이 내린 결정도 미 국토안보부 테러경보 발표로 쉽사리 바뀌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아테네 올림픽,이달 말 공화당 뉴욕 전당대회,11월 미국 대선 등이 큰 사건없이 무사히 치러지면 미 증시가 '테러 리스크'를 떨쳐버리고 연말부터는 크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CNN머니는 "급증하는 기업투자와 수출에 탄력을 받아 연말께 고용시장까지 살아난다면 한동안 부진했던 미국 내 소비도 활기를 찾을 것"이라며 "미국 경제는 테러에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