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코너] 內訌 앓는 민주노총

지난달 하순 이수호 민주노총위원장이 삭발 단식농성에 들어갔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건강도 좋지 않은 이 위원장이 '투사'로 나섰기 때문이다.겉으로는 지하철과 LG칼텍스정유노조의 파업에 대한 정부의 직권중재를 단식이유로 내세웠지만 명분이 약하다.

더욱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한 채 11일만에 농성을 풀자 진짜 단식이유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를 투사로 내몬 속사정은 뭘까.요즘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노선을 놓고 강·온 계파간 갈등이 한창이다.

이 위원장을 비롯한 온건파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자는 입장인 반면 강경파는 투쟁만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며 집행부에 '싸움닭'이 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위원장이 명분이 약했던 이슈를 내걸고 단식을 한 것도 강경파의 공세에 떼밀린 고육책이다.중앙파와 현장파로 분류되는 강경파들은 현 집행부의 투쟁성이 부족하다며 줄곧 불만을 터트려왔다.

싸울 일이 많은데 왜 몸을 사리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온건파인 국민파 출신의 상급자가 주재하는 사무국회의에 강경파가 참석하지 않는가 하면 산별연맹,산별노조 파업과정에서는 투쟁방향을 놓고 계파간 갈등이 증폭되기도 했다.민주노총은 오는 6일 열릴 노사정대표자회의에 강경파의 반대로 불참을 결정했다.

대화기구에 참석하게 되면 투쟁력을 상실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민주노총이 추구하는 사회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게 강경파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참여 자체가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 위원장은 현재 강·온 양파가 혼재한 사무국과 집행부 등을 친위세력인 온건파로 재편하며 조직 장악에 나서고 있다.

조합원수로 따지면 온건파는 민주노총 조직 중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강경파는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큰 데다 지지세력 확충에 열심이어서 계파간 힘겨루기는 팽팽한 실정이다.민주노총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지도부가 헤게모니를 쥐고 조직을 추스르는 길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