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만 받아 살기 더 힘들어졌다

물가가 치솟는 반면 은행 예금 이자는 계속 떨어져 실질금리의 마이너스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돈을 장롱 속에 넣어두는 것보다는 은행 예금이 유리하지만 실질금리가 하락할수록 이자생활자나 서민들의 경제적인 고통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3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작년 수준(3.6%)으로 가정할 때 은행 정기예금의 실질금리는 연간 마이너스 0.42%로 추정됐다.

작년에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0.13%였다.

실질금리는 은행에 정기예금을 맡겼을 때 붙는 이자에서 세금(이자소득의 16.5%)과 소득을 상쇄시키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것이다.1억원을 정기예금에 넣었을 때 세금과 물가를 감안하면 작년에 13만원 정도 손해였는데 올해는 세 배인 42만원 가량 앉아서 까먹게 된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현상은 저금리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물가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은행 수신금리인 정기예금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12월 연 4.24%였으나 올 6월에는 3.81%로 0.43%포인트 떨어졌다.경기침체 속에 금리인상이 어렵고 은행들은 돈이 들어와도 마땅히 굴릴 데가 없어 올해 평균 정기예금 금리는 연 3.8%선에 그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작년과 같은 3.6%로 가정할 경우 실질금리(정기예금 금리 3.8%-세금 0.627%(3.8%×0.165)-물가상승률 3.6%)는 마이너스 0.427%에 달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올해 물가상승률이 4%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정부는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짤 때 국제유가 31달러(두바이유 배럴당 가격)를 기준으로 3%대의 물가 목표를 제시했지만 이미 유가는 35달러대에 들어서 있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4%이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0.827%로, 1억원을 맡겼을 때 작년(13만원)의 6.3배인 82만7천원을 사실상 손해보게 된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한상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 고물가 시대엔 평상시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재테크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며 "시중 자금 흐름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실질금리는 지난 99년 5.09%에서 내림세를 지속, 2001년 0.46%까지 내려갔다가 2002년 1.24%로 잠시 반등했으나 작년부터 마이너스로 곤두박질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