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일자) 윤증현 위원장이 풀어야 할 과제

윤증현 신임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 앞에는 산적하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과제들이 쌓여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처리해야 할 것은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둘러싼 작금의 혼란을 진정시키는 일이다.

이를 둘러싼 정부 조직간의 마찰과 갈등이 여전한데다,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장기화될 경우 경제정책 전반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그런만큼 윤 위원장에 대한 금융계 안팎의 기대는 큰 편이다.

옛 재경원 금융정책실장 시절 현재의 금감위와 금감원을 만든 금융감독개편을 지휘했고, 김영삼 정부 초기 금융감독기구 통합문제에도 참여하는 등 현재의 혼란을 수습할 적임자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업무추진력과 리더십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조직갈등을 치유하는데도 적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물론 이번 사태를 풀어 나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감독체계 개편은 그동안 여러차례 논의돼 왔지만 아직까지도 분명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지를 방증하고 있다.

감독체계 개편 목적이 시장의 건전성 확보를 통한 금융산업 발전이고,이를 위해 효율성 독립성 전문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그러나 구체적인 방법론과 관련해서는 정부내 각 부처간 생각이 다르고 학자들이나 민간 금융단체들도 별도의 견해를 갖고 있다.

현재로선 감독행정은 공무원 조직에서 맡아야 한다는 감사원의 주장을 근간으로 하는 정부혁신위의 안이 가장 유력하다는게 중론이다.

금감원의 감독권한을 크게 줄여 검사기능으로 국한하고,정부조직인 금감위가 금융시장을 총괄토록 한다는 방안이다.하지만 이 안은 관치금융으로 돌아간다는 우려와 함께 금융산업의 빠른 변화를 적극 수용하지 못하는 등 세계적으로 민간 기구화되고 있는 금융감독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게다가 조직과 인원감축이 불가피한 금감원측의 극한 반발을 사고 있기도 하다.

경제가 어려운 지금 이런 논쟁을 벌여야 하는지 의문이기도 하지만 어차피 벌어진 논란인 만큼 조금 시간을 두고서라도 어떤 방향이 우리 현실에 맞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관련 기관들의 밥그릇싸움이나 반발과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미봉책에 그쳐선 곤란하다.물론 최종 방향은 수요자인 금융회사들에 과도한 업무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감독의 효율성을 높일수 있도록 금융감독의 질을 높이는 방안이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신임 윤 위원장에게 거는 기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