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夜, 왜 더 뜨거울까 ‥ 대기오염이 열방출 막아

일주일 전 경기도 이천에서 서울로 이사온 정연대씨(28ㆍ서울 서대문구)는 이사후 열대야현상 때문에 밤잠을 설쳐야 했다.

정씨는 "이천도 낮에는 무더웠지만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는 아니었다"며 "확실히 서울의 밤이 이천보다 훨씬 뜨거운 것 같다"고 말했다.정씨가 이렇게 느끼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니다.

실제로 낮에는 전국이 골고루 덥지만 밤에는 대도시가 유달리 덥다.

기상청은 4일 아침 최저 기온이 서울 25.1도, 대전 25.3도, 광주 25.3도, 전주 25.2도, 포항 25.5도로 기록되는 등 대도시 위주로 열대야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또 지난 3일도 서울(25.7도), 대전(25.4도), 광주(25.0도) 등 대도시에만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낮의 수은주가 연일 전국 최고치를 기록한 밀양 지역은 높은 낮기온에도 불구, 올들어 열대야 현상이 단 하루밖에 나타나지 않아 대도시 지역과 대조를 이뤘다.

그렇다면 왜 대도시가 농촌지역보다 열대야 현상이 자주 나타날까.전문가들은 열대야 현상은 무더운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거나 저기압에 따른 남서풍이 불어 더운 공기가 유입될 때 주로 나타나지만 대도시가 농촌지역보다 더운 것은 '열섬현상'과 관계가 깊다고 진단한다.

도시는 대기 오염 물질이 농촌보다 많기 때문에 지면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 에너지는 적지만 고층건물이나 지면에 재흡수되는 경우가 많아 밤에도 온도가 잘 떨어지지 않는다.

대도시 건물과 도로를 이룬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흙에 비해 열용량이 크고 열전도율이 낮아 열보존능력이 크기 때문이다.게다가 많은 인구로 인해 인공적으로 발생되는 열도 대도시가 지방보다 월등히 많아 밤의 더위를 부추긴다.

이에 따라 똑같은 일사량을 받았다 하더라도 대도시와 농촌지역의 밤 기온은 평균 3∼4도, 높을 때는 7∼8도까지 차이가 난다.

기상청 관계자는 "더위가 3일 내외로 짧게 지속되면 대도시도 하루나 이틀이면 평상시 기온을 되찾지만 요즘처럼 무더위가 지속되면 기온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 열대야 현상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의 경우 도시 지역의 이같은 열섬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대형 건물 건축시 지상이나 건물 옥상에 정원 등의 녹화 구역을 일정 부지 이상 설치토록 의무화하는 조치를 추진 중이다.도시의 녹지공간을 늘려 열섬현상을 줄이고 도시 환경도 개선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