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다시 늘어 ‥ 정치는 불안하고 경제도 한치앞 안보이고…

장기 경기침체와 정치적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민을 택하는 사람이 다시 늘고 있다. 2000년 이후 매년 감소해왔던 해외 이민자수가 올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여파로 2000년 피크에 달했다가 잠잠하던 해외이민 붐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4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이민자수는 2천4백59명,캐나다 2천2백69명,호주 1백75명,뉴질랜드 80명 등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총 이민자수는 9천9백여명에 달할 것으로 보여 지난해 9천5백명보다 4백명가량 늘어 4년 만에 첫 증가세를 기록할 전망이다.미국의 경우 2000년 5천2백44명이던 이민자수는 지난해 4천2백명으로 줄었으나 올해는 4천9백여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민공사업계는 지난 99년 이후 막혔던 비숙련공 이민이 지난해부터 재개되면서 미국 동중부 지역 등에서 닭가공 공장,통조림 공장 노동자로 취업하는 이민자가 5백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는 2002년부터 영어시험이 강화돼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이민자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캐나다 정부가 시험 합격 기준을 완화한다는 방침을 내놓아 내년부터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호주는 대외문호 개방으로 정책을 선회,올부터는 이민자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해외이민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외교부 관계자는 "최근 들어 미국에 먼저 정착한 친인척의 도움을 받은 미국 이민연고와 자산가의 캐나다 독립이민이 늘었다"며 "이민연고는 교육난에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김미현 한마음이민공사 대표는 "지난해 9월부터 월별 해외이민 문의 건수가 3배가량 늘었다"며 "고용불안이나 경제난보다는 더 나은 삶의 질과 교육환경을 위해 이민을 택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참여정부의 정치불안과 경제정책에 대해 불만을 가진 50대 이상과 무작정 한국을 뜨겠다는 젊은 미혼자들이 종종 눈에 띈다"고 덧붙였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