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서울시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지방자치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지방 재정의 근간인 부동산 관련 세금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주도권 다툼으로 해석된다.


특히 부동산 재원이 중ㆍ소도시 등에 비해 풍부한 서울시 등 대도시들일수록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로 지방 재원을 빼앗아간다는 피해의식이 깊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통해 부동산 투기를 막고 지역 불균형의 간접적인 해소효과를 주장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 등은 "비록 기존 재산세와 종합토지세를 지방에 그대로 남겨둔다고 하더라도 종합부동산세로 거두는 세금을 중앙정부가 관장해 지방 지원 재원 등으로 쓰는 만큼 서울 등 대도시는 세금 부담만 늘고 보탬 되는 것은 없다"면서 "세계적인 도시경쟁 시대에 결과적으로 서울 등 대도시의 경쟁력만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반박한다.
지자체들은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부동산 관련 세목은 대부분 지방세이고 과세표준이나 세율도 지자체가 결정하는데 중앙정부가 나서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라는 입장이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방의 중ㆍ소도시 등은 중앙정부 편을 들 가능성이 높아 이 문제가 지역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 종합부동산세를 국세로 신설하려는 정부


종합부동산세는 개인이 전국에 가지고 있는 부동산을 모두 합쳐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에게 그만큼 세금을 많이 물리겠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전국 여러 곳에 땅을 가지고 있을 경우 각 지자체가 지역 내의 토지를 합산해 세금을 매기면 정부가 2차로 토지 보유자의 전국 토지를 합산해 세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누진세율로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토지와 주택을 각각 누진 합산해 과세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징수액 모두를 지방에 이양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종합부동산세를 국세로 신설한다는 기본 방향을 세워 놓고 있지만 과세방법 과세표준 세율체계 징수방법 감면대상 등에 대해서는 복수 또는 다수의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 서울시, "대도시 중과세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 약화 초래"


지자체들은 종부세를 신설, 국세로 편입할 경우 지자체의 재정 자치를 크게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송쌍종 서울시립대 지방세연구소장은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해 국세의 과감한 지방 이양이 필요한 시점에서 지자체 핵심 재원인 부동산세를 국세로 이관하는 것은 지방분권 정신에 배치된다"고 꼬집었다.


지방세연구소는 종부세가 법리적으로도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미실현 이익에 대해 세 부담을 지우는 것인 데다 동일한 납세 의무자와 과세 대상에 종부세(국세)와 토지세(지방세)를 매기는 것은 이중과세의 소지도 있다는 설명이다.


송 소장은 "정부가 양도소득세 인하, 신용카드 남발 등의 무분별한 정책을 통해 강남지역 집값을 올려 놓고 뒤늦게 위헌 소지가 있는 종부세를 신설하려는 것은 병주고 약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도시에 대한 중과세는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 정부, "10만명에 세금 더 거둬 많은 지자체에 도움 줄 것"


종합부동산세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재정경제부측은 일부 부유 지자체에서는 반대가 있겠지만 늘어난 세수를 지자체들에 자립도를 감안해 전액 배분하기 때문에 서울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들에는 이로운 제도가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이 이같은 이점을 감안해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


관계자는 특히 "토지의 경우 이미 인별 합산과세되고 있기 때문에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되더라도 세부담이 갑자기 늘어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며 "건물분 재산세의 경우 합산과세됨에 따라 일부의 세부담이 늘겠지만 그 대상은 10만명 안팎에 불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철수ㆍ박수진 기자 kcsoo@han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