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생계비 현실화' 본격 논의] "기본생활 안돼" "재정 고려해야"

'최저생계비 현실화'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 주관으로 7월 한 달 동안 진행된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캠페인' 참가단이 모두 적자를 내면서 최저생계비가 과연 '최저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느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더구나 올해는 향후 3년 동안의 최저생계비 산정을 위한 '실제 가계부 조사'(계측)가 실시되는 해라는 점에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최저생활 안되는 최저생계비

2000년 국민기초생활제를 도입하며 만들어진 국민기초생활법에는 최저생계비를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명시하고 있다.한 가구의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부가 모자라는 생계비를 지급하고 의료ㆍ교육ㆍ주거를 지원한다.

기초생활수급자를 선정하고 그들에 대한 급여 액수를 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바로 최저생계비다.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캠페인에 참가한 5개팀은 한 팀도 빠짐없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직장인으로 유일하게 참가한 이대원씨는 "대중교통만으로 출퇴근하고 점심식사를 회사 식당이나 도시락으로 해결하면서 최대한 아꼈지만 40만원도 채 안되는 돈으로 한 달을 살기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허선 교수는 "우리나라 최저생계비는 근로자 평균 가구소득의 33%에 불과하다"며 "최저생계비 산정 기준이 되는 품목이 현실 생활을 반영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정부가 말하는 최소한의 건강과 문화 생활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최저생계비가 아동 장애인 노인 등 가구 유형별 특성을 무시한 채 사람 수에 따라 정해지는 데다 중ㆍ소도시를 기준으로 삼아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비싼 주거비와 물가는 고려되지 않는다"며 "최저생계비로는 간신히 '생존'하는 수준에 불과해 이는 결과적으로 빈곤층 무기력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매년 최저생계비를 추정할 때 '물가 상승률'만을 반영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예컨대 식탁 휴대전화 전자레인지 등은 하위 30% 소득 가구의 절반 이상이 보유한 생필품인 데도 최저생계비를 계측하는 품목에서 빠져 있다는 것.

'생활패턴' 변화를 반영하지 않고 물가 상승만 감안하다 보니 역시 '현실의 삶'과 동떨어진 결과를 낳게 된다.

◆ 하루 아침에 충분 할 수는 없다

'복지'와 '경제'는 종종 상충관계에 있다.

경제학자들도 대체로 최저생계비가 '충분치 않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당장의 현실화'에는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한양대 경제학과 나성린 교수는 "최저생계비가 충분한 수준이 아니라는데 동의한다"며 "하지만 복지 수준은 기본적으로 그 나라의 경제규모나 경제성장을 고려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점진적인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저생계비 연구팀장을 맡고 있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곤 박사도 "경제계 쪽에서는 최저생계비가 높다는 시각도 존재한다"며 "장기적으로 대도시 중ㆍ소도시 농촌가구 등에 따라 생계비를 차등 산정하는 등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복지부 생활보장과 왕진호 과장은 "최저생계비는 기본적으로 1인당 GDP나 구매력, 정부의 재정 능력 등을 고려해 정해지는 만큼 선진국과 일괄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다만 노인, 장애인, 아동 등 가구 유형별 특성이나 휴대전화ㆍ컴퓨터 보편화 같은 국민 생활상의 변화를 보다 다양하게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