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자들이 지쳐가고 있다.


증시가 서너달 동안 좁은 박스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안정을 찾는 듯했던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세로 돌아서고, IT(정보통신) 경기의 둔화조짐이 나타나는 등 주변여건은 오히려 더 악화될 조짐마저 보인다.


올 상반기 어닝시즌(실적발표 기간)이 마무리단계에 들어가 당분간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만한 모멘텀(계기)도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약세장에서는 대안이 없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긴 호흡으로 낙폭이 과도한 블루칩을 저가에 분할 매입하는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가장 바람직한 정석투자 방법이다.
고배당주를 저가에 매집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단기매매를 즐겨하는 사람은 박스권의 하단에서 매입하고 상단에서 파는 기계적 트레이딩도 고려해 봄직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 중에서도 현 장세에서는 배당투자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강조한다.

◆ 은행금리 웃도는 고배당주 속출


고배당 종목의 주가 하락으로 배당투자수익률(배당금을 현 주가로 나눈 값)이 은행금리를 훨씬 웃도는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이 △최근 5년간 배당수익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1분기 순이익이 흑자를 냈고 △시가총액 3백위 이내인 중ㆍ대형주를 대상으로 예상배당수익률(지난해 배당금 기준)을 조사한 결과 20개 종목이 5%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주당 8백원을 배당한 동부건설의 경우 지난 3일 현재 주가(5천2백70원)를 기준으로 한 예상배당수익률은 15.18%나 된다.


극동도시가스 10.42%, 대한도시가스 8.74%, 삼환기업 8.62%, 성신양회 8.57%, LG상사 7.59%, 현대중공업 6.56%, KT&G 5.54% 등 대형주들도 배당수익률이 높다.



삼성증권이 올해 예상 배당금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KT의 배당수익률은 8.5%로 추정됐다.


LG석유화학(7.3%) 금호석유화학(6.7%) 삼양사(6.1%) 풍산(6.0%) LG전선(5.6%) 제일모직(5.0%) 등도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배당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 배당투자는 유력한 투자전략


통상 배당투자는 약세장이나 연말 배당시즌에 앞서 단기테마로 치부되는 등 '방어적인' 투자전략으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이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희정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의 체질개선에 따른 이익급증, 고성장ㆍ대규모 투자에서 저성장ㆍ소규모 투자로 전환, 주주중시 경영에 따른 배당성향 확대, 저금리 등을 배경으로 배당투자는 이제 상시적인 투자전략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고배당 종목의 주가흐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재무구조가 우수하고 배당성향이 높은 50개 상장종목의 주가추이를 나타내는 배당지수(KODI)의 1년간 누적수익률은 지난 7월말 현재 10.30%를 기록,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수익률(3.08%)의 10배를 웃돌고 있다.


김학균 연구원은 "배당관련주는 방어적 성격의 종목으로 분류된 경우가 많았지만 지난 2002년, 2003년 강세장에서도 고배당주의 수익률이 시장수익률을 초과했다"고 설명했다.



◆ 배당투자는 8∼9월이 적격


배당투자의 기본전략은 고배당을 실시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서 연말(배당기산일)까지 보유, 배당권리를 받은 다음 적절한 시기에 매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배당락 이후 주가하락 과정에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배당금으로 6%의 수익을 챙겼더라도 주가가 매입단가에서 6% 이상 떨어지면 손해를 보게된다는 얘기다.


또 배당주는 통상 배당 기대감이 반영되는 연말 즈음에 주가가 크게 오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연말에 주식을 사면 늦다.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12월 결산법인의 연간 실적 윤곽이 드러나고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하는 8∼9월이 배당투자의 적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가하락으로 배당수익률이 크게 높아진 지금이 바로 배당 관련주를 선취매할 때"라고 강조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