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시장에서 집 주인들의 전세 세입자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K씨는 최근 직장이 가까운 서울 마포의 한 아파트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인터넷 광고를 보고 문의를 하자 집 주인이 광고에 제시된 시세보다 3천만원이나 깎아주겠다고 선뜻 제안했다.


집 주인은 뿐만아니라 이사 날짜 등을 K씨의 편의에 모두 맞춰주겠다고 했다.


집 주인이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예비 세입자들이 유례없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처럼 달라진 분위기는 인터넷에 올라오는 전세 광고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전처럼 가격과 문의처 등만 나와 있는 '밋밋한' 광고에서 최근에는 '급급 매물,항시입주 가능' '올수리 A급,로열층,외국출장 예정' '시세보다 싼 전세,꼭 전화주세요' 등 예비 세입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적극적인 문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소 현장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전세를 구한다고 문의를 하면 '현재 설치돼 있는 세탁기와 TV 등의 가전제품과 가구를 그대로 쓰게 해준다' '1년치 초고속 인터넷 사용료를 대준다' 등의 각종 혜택을 제시하는 매물을 쉽게 소개받을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기존 세입자들이 새 세입자를 찾기 위해 친지 등을 상대로 홍보에 적극 나서는 모습도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집 주인이 전세금을 내줄 형편이 못되는 상황에서 새 세입자를 스스로 찾는 게 전세금을 빼낼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셋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올 하반기 전국 입주물량이 14만8천가구로 지난 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세입자 모시기'경쟁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