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담보주식 매각으로 주가 급락 .. 멋모른 투자자 속수무책

코스닥시장에 '대주주 담보지분 매각 주의보'가 내려졌다.

자금차입을 위해 대주주가 담보로 맡긴 주식이 장내·외에서 매각되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 가능성이 커져 관련공시 보완 등의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잇단 담보주식 반대매매

창민테크는 최근 대주주인 남상용 대표가 보유지분 전체(24.38%)를 담보로 사채를 빌려썼다가 주가하락으로 담보비율을 밑돌자 사채업체가 반대매매에 들어갔다고 공시했다.담보지분 대부분이 매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웰전자 그로웰텔레콤 그로웰메탈도 사정은 똑 같다.

최대주주인 그로웰산업이 사채를 차입했다가 상환하지 못하자 사채업체가 담보로 잡은 이들 3사 지분을 시장에서 내다 팔았다.그로웰전자는 발행 물량의 50%가 넘는 주식이 며칠사이 매물로 쏟아졌다.

주가등락과 관계없이 자금을 확보하려는 반대매매가 이뤄지면서 관련기업 주가는 급락세를 탔다.

창민테크는 지난 2일부터 3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추락했다.그로웰전자 그로웰텔레콤도 지난 3일까지 5일 연속 하한가까지 추락했다.

대주주 담보지분 매각 사실이 알려진 이후 하락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노출된 데다 신뢰 추락,대주주 변경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 등이 겹친다는 점에서다.

코스닥위원회 주가감시팀 관계자는 "은행권 대출이 까다로워지고 유상증자도 어려워지자 사채 시장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한 곳이 상당수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근 담보주식 반대매매로 대주주 지위를 상실한 코스닥기업 대표는 "은행이나 증권사는 담보주식 평가액이 원금의 1백50%를 밑돌아야 반대매매에 들어가지만 사금융권의 경우 1백70% 수준에서도 가능토록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속수무책인 일반 투자자

일반투자자들로선 대주주 담보지분 반대매매에 속수무책이다.

대주주의 주식담보 대출이나 사채업자들의 담보주식 반대매매는 공시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스닥위원회가 대주주 담보지분 매각을 포착,해당 기업에 조회공시를 요구해도 상황은 끝난 뒤다.

채권자들이 여러 계좌를 통해 분산 매각하는 경우가 많아 파악이 쉽지 않다.

코스닥증권시장의 공시서비스팀 관계자는 "주식담보 대출 등에 대한 제도보완 목소리가 높다"며 "그러나 대주주의 담보대출 제한은 재산권 침해이고 지분 담보제공 사실을 공개할 경우 자금난으로 비쳐질 수 있어 시행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원은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2회 이상 하한가까지 떨어지는 곳은 담보지분 출회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사채시장 등에서 어음할인율이 높은 기업들,실적이 안좋거나 특별한 내용없는 호재성 공시를 내보내는 곳 등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