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경제위기 '묘수'론 못넘는다..文輝昌 <서울대 교수>

文輝昌

한국경제 위기론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소비자 기대지수,생산자 물가지수,성장률 등이 모두 최악이다.

서민들은 지금이 97년 IMF 경제위기때보다 더 나쁘다고 탄식을 하고 있다.

사실 거시경제 지표들을 보면 IMF 경제위기 때만큼 나쁘지는 않은 데 서민들은 왜 지금이 더 나쁘다고 생각하는가.97년 위기와 현재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97년 위기는 기업들이 대마불사의 원칙하에 투자를 너무 많이 했던 것이 원인이었고 지금은 기업들이 투자를 너무 하지 않고 있으니 서민경제에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97년 당시에는 쓸데 없는 투자를 줄여 거품을 제거하는 기업정리가 해결책이었고 현재는 그 반대로 기업의 투자촉진이 해결책이다.그렇다면 어떻게 기업의 투자를 촉진시킬 수 있는가.

우선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으로는 세율,이자율,환율정책을 들수 있다.

그런데 세율을 낮추면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지만 세수가 줄어드니 어렵다.이자율을 낮추면 기업의 자금조달에 도움을 주지만 현재처럼 물가가 급등하려는 상황에서는 옳지 않다.

석유수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원화를 평가절상하면 수출기업의 채산성에 타격을 준다.

세율,이자율,환율정책 모두 부작용이 있으니 매우 어렵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선 두 종류의 서로 다른 경제정책을 이해해야 한다.

하나는 경제문제의 증상을 단기적으로 완화시키는 거시경제정책이고 또 다른 하나는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미시경제정책이다.

위에서 열거한 세율,이자율,환율정책은 단기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거시경제정책인데 반드시 부작용이 따른다.

예를 들어 두통이 있을 때 진통제를 복용하면 우선은 두통이 가라앉을 수 있지만 진통제를 계속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기는 것과 같다.

두통을 확실히 없애려면 근본 원인을 찾아서 치료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외국기업이건 국내기업이건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세율이 높아서,이자율이 높아서,또는 환율이 적절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투쟁적 노동행위,반기업정서,불필요한 정부규제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데 도움을 줘야지 대통령이나 장관이 기업들에 투자를 해달라고 부탁을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기업은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이 아무리 부탁을 해도 투자환경이 좋지 않으면 투자를 하지 않는다.

우리의 투자환경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투쟁적 노동행위는 기업의 투자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한국은행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파업에 따른 연평균 노동손실일수가 근로자 1천명당 한국은 1백11일이다.

일본의 1일,독일의 3일과는 비교할 수 없다.

노사문제를 적당히 타협해서 매년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둘째, 현재 만연하고 있는 반기업정서는 기업의 투자의욕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원인이다.

공기업과 사기업을 구분하지 못하고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필요이상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다.

사기업은 시장경제의 규칙하에 철저한 이윤추구를 통해서 성장하고 고용을 증진시킴으로써 사회에 가장 큰 공헌을 하는 것이다.

셋째, 다국적 기업 CEO를 대상으로 한 최근 설문조사에 의하면 아시아 주요경제도시인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 도쿄 서울 중에서 서울의 비즈니스 환경이 최악의 점수를 받았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우리의 경우 정부규제가 많기 때문이다.

규제철폐를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신속하게 대폭적으로 해야 한다.

또 비즈니스에 직접 관련되는 분야뿐 아니라 교육 이민 등 사회전반에 걸쳐 거래비용을 쓸데없이 증대시키는 모든 분야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

최근의 경제위기론에 대해서 정부 당국자는 수요가 문제이고 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해서 부자가 돈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일시적인 해결책이고 위에서 열거한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현재의 난국을 해결할 수 없다.위기일수록 묘수를 생각해 내려는 경향이 있으나 올바른 해결책은 정수에 있는 경우가 더 많다.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