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논란속 확정] 부산ㆍ대구ㆍ광주 반응

정부의 행정수도 건설이 확정된 11일 부산 대구 광주 등지의 일부 경제인들과 관계 전문가들은 "영ㆍ호남 지역의 발전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기존 서울에서 불과 1백80km(직선거리) 정도 떨어진 중부권에 신행정수도를 건설하는 것은 수도권 분산이 아니라 사실상 기존 수도권의 확장"이라며 "'수청권'이라는 '공룡'이 탄생할 경우 그동안 수도권에 눌려 발전을 못해온 영ㆍ호남의 발전 잠재력이 더욱 저해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이들 지방의 전문가들은 "고속철도(KTX) 개통으로 지방의 고급 소비계층이 서울로 역류하는 현상이 우려되는 판국에 신행정수도가 중부권에 들어설 경우 부산 대구 광주 등에서 신수도까지의 시간거리가 1시간~1시간 30분대로 좁혀진다"면서 "이 경우 부산 대구 광주의 성장잠재력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같은 수도이전에 따른 비충청권의 위축을 막기 위해 이들 지역에 대한 강력한 발전전략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 부산 =이성호 부산대 교수(도시공학과)는 "행정수도 건설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충청권 52.5%와 수도권 27.6%로 '수청권'의 혜택이 80%를 넘어서는 반면 부산ㆍ경남권은 7.5%, 대구ㆍ경북권은 4.8%에 불과하다"며 "행정수도 이전은 수도권 확대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따라서 "지방분권의 효과를 위해 국토다핵화 전략의 일환인 지방거점도시 육성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인호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상임의장은 "그동안 서울과 부산, 양대 축을 중심으로 국가경제를 발전시켜 왔는데 이번 행정수도 이전으로 수도권의 범위가 더 넓어져 국토균형개발이 오히려 깨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수도권 이전에 앞서 지역별 광역발전이 중요하다"며 "부산과 울산 경남을 묶는 동남광역권 발전촉진법을 제정하고 부산을 해양특별시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 =윤대식 영남대 교수는 "행정수도 이전은 자칫 수도권의 확대로 더 큰 블랙홀을 만들고 불필요한 기반시설 투자를 요구하게 될 수 있으며 이 경우 비용은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히 충청ㆍ수도권과 대전 이남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따라서 기존 인프라의 효율성을 높이고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공공기관 등의 대전 이남권(비 충청권) 이전에 더욱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노희찬 대구상의 회장은 "서해안 지역과 해안 중심발전전략으로 대구와 같은 도시는 고사직전에 있고 행정수도 이전은 대구와 광주 같은 지역의 성장잠재력을 완전히 고갈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구와 광주에는 더욱 많은 투자와 공공기관 이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광주 =이건철 광주ㆍ전남발전연구원 기획연구실장은 "지역별 특화발전 전략이 수도이전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행정수도 건설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수도권과 충청권을 제외한 도시ㆍ지역간 네트워크 체계를 형성하고 이를 위한 중앙정부의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지역 네트워크로 대구∼부산∼광주를 잇는 동서화합형 삼각벨트, 광주∼대구∼대전간 첨단산업 삼각벨트, 목포∼부산 남해안국제관광벨트 등 수도권에 대응하는 지역경제의 거점 구축을 제시했다.

부산= 김태현ㆍ대구=신경원ㆍ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