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용지 對美수출 줄인다

국내 인쇄용지 제조업체들이 미국에 대한 수출을 자율 규제키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의 한국산 인쇄용지에 대한 무역공세는 수그러들 전망이나 하반기 대미 수출물량 감소로 인쇄용지 업계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한경 7월29일자 A16면 참조

12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 신무림제지 등 6개 인쇄용지업체는 최근 올해 미국에 대한 인쇄용지(아트지) 수출량을 지난해(36만1천9백21톤)보다 7.6% 증가한 38만9천5백톤 수준에서 동결키로 결의했다.

이는 지난달 미국 정부가 정부의 보조금에 힘입어 한국산 인쇄용지가 싼값으로 미국에 수입되고 있다며 업계와 한국 정부를 압박한 데 따른 것이다.수출자율규제로 인쇄용지 업체들은 하반기 대미 수출 목표량을 소폭 하향 조정하게 됐다.

이들은 올 상반기 중 자율규제물량의 절반이 넘는 물량(21만2천톤)을 수출했기 때문에 올 하반기에는 상반기 물량의 83%만 팔 수 있는 상태다.

실제로 신무림제지의 경우 상반기 수출량(5만8천톤)보다 44% 줄어든 3만2천톤을 미국에 수출키로 결정했다.한솔제지는 미국에 대한 수출량을 10만9천톤으로 동결했으며 계성제지(8만7천톤) 신호제지(5만8천5백톤) 한국제지(3만7천톤) 등도 대미 수출을 상반기보다 줄일 계획이다.

제지업계는 이번 합의안을 민간차원에서 자율 결의한 만큼 정부 채널보다는 조동길 한국제지공업연합회 회장(한솔그룹 회장)을 통해 미국 제지·목재·펄프연합회(AF&PA)에 전달할 방침이다.

이로써 2002년부터 한국 인쇄용지의 대미 수출물량이 급증하면서 야기된 미국의 통상 압박은 당분간 잠잠해질 것으로 관측된다.그러나 인쇄용지 업체들은 지난해 중국 정부로부터 반덤핑 판정을 받고 미국쪽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마당에 대체 수출시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하반기 미국 시장에서 소화될 것으로 예상된 물량 상당부분이 국내로 돌아올 경우 인쇄용지 업체간 과당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인쇄용지 업계는 올초부터 이런 움직임을 간파하고 유럽 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 지역으로 마케팅을 강화해 왔다"며 "동남아 시장도 인쇄용지 가격이 많이 올라 미국과 가격차가 불과 10∼20%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어차피 미국을 제외한 해외시장에서 올해 목표물량을 소화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국내시장에서 출혈경쟁과 시장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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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자율규제(VER:voluntary export restraint)=상계관세 등 수입국측의 수입제한 조치 발동을 회피하기 위해 수출국 정부나 단체가 자율적으로 수출물량이나 가격 등을 제한하는 수출규제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