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후진타오 국가주석에게
입력
수정
작년 3월로 기억됩니다.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의 국가수반으로 등극하셨지요.오랜 2인자 생활을 끝내고 13억 인구대국의 1인자에 오른 귀하의 행보를 세계는 남다른 관심을 갖고 지켜봤습니다.
세계를 긴장시킨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태 때 광둥성을 시찰하면서 예정에 없이 차를 멈추게 해 시민들과 악수하던 모습,해외순방 때 하던 의전행사를 없앤 일,여름 휴가철에 이뤄져 오던 밀실행정의 상징 '베이다이허 회의'의 종식,언론에 의한 감독 강화,이런웨이번(以人爲本:사람을 근본으로 한다)을 외치며 유난히 인민을 배려한 것 등등.귀하의 숱한 행보를 지켜보며 존경하는 마음까지 생겼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이웃나라 국민들의 가슴이 찢어지는 지금 귀하의 연설이 떠오릅니다.귀하가 지난해 5월 국가주석으로서 첫 해외방문지였던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행한 연설입니다.
"세계 각국의 인민은 오래 역사 속에서 독자적인 문화와 전통 및 가치관을 만들어왔다"는 귀하의 언급은 최근 이웃나라 역사를 강제로 편입시키려는 일방주의와는 상충될 듯 싶습니다.
더욱이 그 이웃나라의 대통령과 1년전 양국관계를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자고 합의하지 않았습니까.귀하가 취임 이후 내세운 '허핑줴치'(和平山屈起:평화롭게 우뚝 선다)만 해도 그렇습니다.
고구려사 왜곡은 허핑줴치가 립서비스에 그칠 수 있다는 생각까지 갖게 합니다.
중국 내에서도 허핑줴치를 중국위협론을 잠재우기 위해 나온 것으로 보는 분석이 있더군요.오랜 세월 이어져온 중국위협론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귀하의 국가에서 그토록 비난해온 패권주의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됩니다.
귀하가 늘 얘기하는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부정하자는 게 아닙니다.
이웃나라 역사의 허리를 잘라내면서 우뚝 서겠다는 건 패권주의지 허핑줴치가 아닙니다.4천7백만명의 가슴에 각인된 광개토대왕과 을지문덕장군의 고구려 역사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의 국가수반으로 등극하셨지요.오랜 2인자 생활을 끝내고 13억 인구대국의 1인자에 오른 귀하의 행보를 세계는 남다른 관심을 갖고 지켜봤습니다.
세계를 긴장시킨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태 때 광둥성을 시찰하면서 예정에 없이 차를 멈추게 해 시민들과 악수하던 모습,해외순방 때 하던 의전행사를 없앤 일,여름 휴가철에 이뤄져 오던 밀실행정의 상징 '베이다이허 회의'의 종식,언론에 의한 감독 강화,이런웨이번(以人爲本:사람을 근본으로 한다)을 외치며 유난히 인민을 배려한 것 등등.귀하의 숱한 행보를 지켜보며 존경하는 마음까지 생겼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이웃나라 국민들의 가슴이 찢어지는 지금 귀하의 연설이 떠오릅니다.귀하가 지난해 5월 국가주석으로서 첫 해외방문지였던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행한 연설입니다.
"세계 각국의 인민은 오래 역사 속에서 독자적인 문화와 전통 및 가치관을 만들어왔다"는 귀하의 언급은 최근 이웃나라 역사를 강제로 편입시키려는 일방주의와는 상충될 듯 싶습니다.
더욱이 그 이웃나라의 대통령과 1년전 양국관계를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자고 합의하지 않았습니까.귀하가 취임 이후 내세운 '허핑줴치'(和平山屈起:평화롭게 우뚝 선다)만 해도 그렇습니다.
고구려사 왜곡은 허핑줴치가 립서비스에 그칠 수 있다는 생각까지 갖게 합니다.
중국 내에서도 허핑줴치를 중국위협론을 잠재우기 위해 나온 것으로 보는 분석이 있더군요.오랜 세월 이어져온 중국위협론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귀하의 국가에서 그토록 비난해온 패권주의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됩니다.
귀하가 늘 얘기하는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부정하자는 게 아닙니다.
이웃나라 역사의 허리를 잘라내면서 우뚝 서겠다는 건 패권주의지 허핑줴치가 아닙니다.4천7백만명의 가슴에 각인된 광개토대왕과 을지문덕장군의 고구려 역사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