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르고 금리 내리고…1억 예금 年 99만원 손해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콜금리 인하 후 이자소득세 인하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물가 급등으로 실질금리가 이미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금리가 또다시 떨어져 이자소득으로 살아가는 퇴직자 등의 생활고가 더 깊어지게 됐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특히 '실질금리 마이너스'가 단지 퇴직자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거시경제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개인들이 은퇴를 대비해 저축해야 하는 돈이 더 커지고 따라서 경제 전체의 소비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 인하의 이런 부작용을 완화하려면 이자소득세를 내려야 한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은행의 정기예금 금리에서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세(주민세 포함 16.5%)를 뺀 실질금리는 작년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들어서는 마이너스 폭이 작년보다 6배 이상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예컨대 1억원을 은행에 맡겼을 때 지난해에는 13만5천원의 손실이 났으나 올해는 99만4천원이 손해라는 계산이다.인터넷 사용자명(ID)을 '민초'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한국은행 홈페이지에서 "정부가 노인들을 위해 책임지고 복지정책을 펴는 것도 아니면서 평생 한푼 두푼 모은 돈을 은행에 맡겨 놓고 그 이자로 생활하는 분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며 이자소득세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행 이자소득세율 16.5%는 금리가 연 7%대였던 지난 2001년 1월 결정된 후 4년8개월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고 있어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금리가 3%대로 떨어져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금리가 7%대였을 때 적용하던 이자율을 유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자소득세율 인하(한시 인하 포함)에 대한 필요성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김태동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지난 13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리가 계속 내려가고 있는 상황인 데도 이자소득세로 16.5%를 계속 원천징수하는 것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장도 사견임을 전제로 "내수 회복이 더딘 것은 소비심리 위축 탓도 있지만 소비 여력 부족이 근본 원인"이라며 "이자소득세 등을 한시적으로 인하해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자소득세(배당소득세 포함)율 인하에 부정적이다.

소득세법을 담당하고 있는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물가가 인상된다고 근로소득세를 깎아주지는 않는다"며 "현재 운용 중인 세금우대 금융상품 외에 추가로 이자·배당소득세율을 인하하는 문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세율 인하에 인색한 이유는 또 있다.다른 관계자는 "이자·배당소득세 세수는 연간 2조∼3조원에 달한다"며 "가뜩이나 세수가 모자랄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어서 세율을 지금보다 더 낮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