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주택업계 "택지 모자라 집 못짓는다" 불만

올 상반기 중 공급된 공공택지의 성적표가 나왔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40% 이상 늘었다는 게 골자다.정부가 올해 공급키로 한 전체 택지는 모두 1천6백50만평.이 가운데 1천3백만평(수도권 7백만평)을 공공택지로 공급하겠다는 게 목표다.

공공택지 비중이 무려 78.7%에 달하는 셈이다.

하지만 공공택지를 실제로 사용하는 주택업계에서는 "택지난이 오히려 심화됐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올 상반기 주택공급이 전년동기 대비 50% 이상 줄어든 것도 택지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상반기 실적 전년동기보다 47% 증가

16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들어 상반기에 공급된 공공택지는 모두 2백76만평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47% 늘었다.증가율만 놓고 볼 때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4% 줄었지만,지방은 91.5% 늘었다.

수도권의 경우 지난해 대량 공급됐던 인천지역의 공급이 급감해 전체로는 감소했지만 서울과 경기도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1백40%,32.7% 늘었다는 게 건교부의 설명이다.건교부 관계자는 "양주 고읍,남양주 진접,용인 흥덕지구 등 대규모 공공택지가 하반기에 공급될 예정인 점을 감안하면 택지공급은 비교적 순조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연간 목표치의 5분의1 수준

상반기 공공택지 공급이 표면적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긴 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주택업계가 왜 택지난을 호소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공공택지 공급실적은 연초에 세웠던 상반기 목표치(4백21만평)보다 35%나 부족한 물량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목표의 58.7%,지방은 69.2% 수준에 그쳤다.

더욱이 정부가 준농림지 폐지,재건축 규제 강화 등에 따른 민간택지 공급위축을 감안해 지난해보다 2백50만평이나 늘려잡은 올해 공공택지 공급목표(1천3백만평)와 비교할 때는 5분의1(21.2%) 수준에 불과하다.

◆목표 달성률 갈수록 줄어

문제는 정부가 매년 세우는 공공택지 공급목표의 실제 달성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공택지 공급실적은 일반적으로 1∼2년 뒤 아파트 등 주택건설(사업승인)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실제로 공공택지의 목표대비 공급실적 비율은 지난 2001년 99.7%(8백48만평)를 기록한 이후 2002년 81%(8백91만평),2003년 70.1%(7백37만평),올 상반기 65.5%(2백76만평)로 갈수록 줄고 있다.

이러다보니 지금 추세라면 올해도 목표달성이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은 "규제 강화로 민간택지 공급이 갈수록 줄면서 정부가 상대적으로 공공택지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업체들은 여전히 택지난을 호소하고 있다"며 "상반기 주택공급 실적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52%,98년 외환위기 때보다 7.5%나 준 것도 따지고 보면 택지가 부족한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은 "민간택지에 대한 규제 완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지구지정부터 택지공급까지 3년 이상 걸리는 공공택지 수급 과정을 대폭 손질해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