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차세대 철강 설비 '파이넥스' 착공] "세계 철강산업 선도"

포스코 포항제철소 북쪽 한켠의 제3투기장.

포스코가 제철소를 가동하기 시작한 1973년 이후 슬래그 등 제철 찌꺼기를 매립해 오던 부지다.한낱 '쓰레기장'에 불과하던 이 곳이 17일 '파이넥스(FINEX)' 상용화 설비 착공으로 세계 철강업계의 최대 관심지로 떠올랐다.

포스코 이구택 회장은 이날 열린 착공식에서 "포스코는 이제 기술 도입기업에서 기술 선도기업으로 변신하게 됐다"며 "파이넥스 기술은 향후 세계 최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토록 할 지렛대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 용광로를 대체한다포스코가 지난 92년 연구개발에 착수해 10여년 만에 독자개발에 성공한 파이넥스공법은 지난 1백년 간 세계 철강업을 지배하던 용광로(고로)공법을 대체할 새로운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이 공법은 기존의 용광로공법과 달리 자연상태의 가루형태인 철광석과 일반탄을 화로(용융로)에 직접 넣어 쇳물을 뽑아내는 기술이다.

용광로공법은 화로(용광로)에 원료를 집어넣으려면 철광석과 유연탄을 각각 가열해 자갈 모양으로 뭉친 소결광과 코크스를 만들어야 했다. 원료와 연료를 비교적 큰 덩어리로 만들어 화로에 넣어야 밑부분에서 불어넣는 산소가 골고루 전달돼 쇳물로 녹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이넥스는 소결광 및 코크스 공정없이 지름 8mm 이하인 가루 형태의 분철광석을 직접 원료로 사용할 수 있어 덩어리 형태의 괴철광석보다 원료비를 20% 이상 줄일 수 있다.

또 유연탄도 점도가 높은 코크스용 고급 유연탄보다 20% 이상 저렴한 일반탄을 사용할 수 있다.제조원가를 고로의 83%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DIOS공법) 호주(HISMELT공법) 유럽(CCF공법) 브라질(TECNORED공법) 등이 90년대부터 새로운 제철공법을 개발해 왔으나 신공법의 상용화에 본격 나서기는 포스코가 처음이다.

◆ 공격투자로 경쟁력 확보

파이넥스공법은 원료고갈과 환경규제 강화 등 미래 경영 환경에서 포스코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혁신으로 평가된다.

세계 철강사들은 이미 국경을 초월한 잇단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대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럽의 아르셀로는 아세랄리아 아베드 유지노 등과 합병, 세계 최대 철강사로 부상했고 LNM과 일본의 신닛데츠 및 JFE도 합병을 통해 2ㆍ3ㆍ4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세계 5위였던 포스코는 이에 맞서 가장 환경친화적이고 값싼 제철기술을 확보, 국제경쟁력을 높여간다는 전략이다.

◆ 해외진출도 파이넥스로

포스코는 이번 파이넥스 1호기 투자를 시작으로 2008년까지 총 4조4천억원을 투자해 올해 2천9백만t인 조강생산 능력을 3천2백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2010년께 포항제철소 1,2고로와 주물선 고로가 노후화되면 파이넥스 설비로 대체해 조업 기술을 더욱 확고히 다질 계획이다.여기에 향후 10년내 중국과 인도 등 동남아 지역에 파이넥스 공법을 적용한 1천만t 규모의 생산기지를 건설하면 총 조강생산량이 4천2백만t으로 확대돼 세계 유수의 업체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된다.

포항=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