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빚을 갚지 않고 자취를 감춘 채무자들의 담보물건을 임의로 경매처분할 수 있는 특례조항이 올해말로 폐지된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이 부실채권을 회수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임의경매에 부칠수 있는 기간을 5년 연장해 달라고 공동으로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지만 받아들여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기관 부실자산 등의 효율적 처리 및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 2001년 12월부터 3년 동안 금융회사에 한시적으로 적용돼 왔던 '경매에 대한 통지 또는 송달의 특례' 조항이 올해말로 폐지된다.


'통지 또는 송달의 특례'란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고 사라졌을 경우 채무자의 직접 동의를 받지 않아도 주민등록상 주소지로 경매사실을 통보만 하면 담보물건에 대해 경매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 조항(통보주의)이다.
이 조항이 폐지될 경우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채무자가 등기우편 등을 통해 경매사실을 통보받았다는 사실을 확인(도달주의)하거나 채무자를 찾을 때까지 경매를 진행할 수 없게 된다.


그만큼 담보물건 처분이 힘들게 돼 대출금 회수에 지장을 받게 된다.


은행들은 최근 국내 경기침체에 따라 금융회사의 임의경매 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례조항이 폐지될 경우 채권 회수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특례 적용기간을 5년 연장해 달라고 공동 건의키로 했다.
은행들은 이를 위해 경매건수가 많은 국민 우리 기업은행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변호사의 자문을 받을 예정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임의경매를 할수 없게 되면 특례조항이 계속 적용되는 자산관리공사에 담보물건을 넘길 수밖에 없으나 수수료 등이 비싸 여의치 않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채권 회수에 시간이 더 걸리는 점을 감안, 연체이자를 확보하기 위해 담보설정비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담보설정비율이 높아지면 똑같은 담보물건이라도 그만큼 대출금이 줄어들게 된다.
한편 올들어 은행들이 담보 부동산을 경매에 부치는 경매신청 건수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매신청 건수는 지난 1월 3백37건에서 지난 6월엔 6백5건으로 79.5%나 급증했다.


하나은행의 경우에도 누적 경매물건이 작년말 2천1백30건에서 지난 6월말엔 2천7백65건으로 29.8% 늘었다.
국민은행의 경우 서울ㆍ경기북부 경매센터의 경매건수가 지난 1월말 5천2백건에서 지난 7월말엔 7천3백건으로 40.4% 증가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