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안전성에만 치중 ‥ 대출 꺼리고 국채투자는 확대

은행들이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은 꺼리면서 국채와 통화안정증권 등 안전자산은 계속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은행이 '머니 게임'에만 치중해 본연의 업무인 자금중개 기능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국채 보유규모는 지난 2001년 말 26조1천9백79억원에서 2002년 말 30조2천14억원으로 15.3% 증가한데 이어 작년 말에는 38조3천7백46억원으로 27.1% 급증했다.

통안증권 보유액도 2001년 말 32조8천7백62억원에서 2002년 말 38조5천7백48억원, 작년 말 44조4천6백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 5월 말 현재 은행의 국채와 통안증권 보유규모는 83조원에 이르고 있다.이에 반해 은행들의 기업대출은 2002년 23.5% 증가했으나 지난해는 증가율이 14.4%로 둔화된데 이어 지난 5월 말 현재로는 기업대출 잔액이 2백88조3천5백97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4.2% 늘어나는데 그치고 있다.

가계대출도 2002년 40.5%나 급증했으나 2003년 14.2%, 올들어서는 5월 말 현재 2백64조8천1백54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8% 증가하는데 그쳤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예금은행들이 위험도가 높은 가계ㆍ기업 대출은 갈수록 까다롭게 하면서 국채와 통안증권 등 투자수익이 1백% 보장되는 안전자산 위주로 자금을 운용하는 보수적 영업태도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이같은 은행권의 자산운용에 대해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은행이 자금중개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도 하부구조가 취약해 우리 금융시스템이 안정적 자금조달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