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고용허가제 둘러싼 고민

시화공단에서 제조업을 하는 김 모 사장은 19일 아침 외국인 고용허가제와 관련된 팩스를 여러 장 받았다.

발신인이 정체불명의 외국인력송출회사 한국지사로 돼있는 팩스의 주내용은 고용허가제에 수반되는 행정절차를 무료로 대행해 주겠다는 것이었다.김 사장은 "무료로 대행해주면서 원하는게 뭔지 명확하지 않아 추가 접촉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허가제 업무절차가 복잡하다보니 업무대행을 미끼로 벌써부터 '브로커'들이 설치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고용허가제가 약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17일부터 실시됐다.극심한 생산직 인력난에 시달리는 업체들은 외국인을 합법적으로 채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려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절차가 복잡하고 경기마저 좋지 않은 데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채용하게 될 인력의 질에 대해서도 확신이 서지 않아 일단 두고 보자는 업체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정부가 적정한 사람을 뽑아준다지만 초보자들에게 상당한 임금을 주면서 고용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다.반월공단 H사 관계자는 "4대 보험가입과 퇴직금 등의 부담을 지면서까지 외국인을 꼭 써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중소기업의 생산직 부족인원은 14만명에 달하지만 고용허가제 시행 후 이틀동안 이 제도를 통해 외국인 채용을 신청한 인원은 5백43명(2백18개사)에 불과했다.

특히 도입 첫날 신청인원은 3백64명이었지만 둘째 날은 오히려 크게 줄어 1백79명에 그쳤다.게다가 이질적인 두 가지 제도(산업연수생과 고용허가제)가 병행 실시되고 있고 이들 제도중 기업 입장에서는 산업연수생제도가 훨씬 유리하다보니 많은 중소기업인이 더 고민을 하고 있다.

조금 기다리더라도 산업연수생을 배정받아 쓸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중소기업인이 많은게 이를 반영한다.

이제 막 도입된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잘 뿌리내리려면 단순히 인건비 부담만으론 따질 수 없는 여러 가지 좋은 취지(외국인 인권유린방지,불법체류자 감소, 인력난 해소)에 대한 세심한 정책홍보가 더 필요할 것 같다.

송태형 벤처중기부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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