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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일 투기지역을 처음 해제한데 이어 앞으로도 부동산 관련 각종 규제를 풀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이는 정부가 부동산경기 살리기를 통해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내수경기를 살려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작년 "10.29부동산안정대책" 등 대폭 강화된 부동산 규제가 집값안정과 투기억제 효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뜩이나 부진에 빠져있는 내수경기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규제 대신 활성화로 선회한 부동산 정책기조가 부동산은 물론 내수시장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그러나 김광림 재경부 차관은 이날 "부동산정책의 기조는 그대로 간다"고 강조,이번 정부의 조치에 대한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부동산 규제완화 시나리오 뭔가
부동산 정책 기조의 변화 조짐은 이미 이헌재 경제부총리나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 등 경제부처 장관들의 규제 완화 발언을 통해 어느 정도 감지됐지만 시기를 놓고 전망이 엇갈려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3일 경제민생 점검회의에서 '합리적 경기 부양'을 언급한 직후 부동산정책 총괄기능이 청와대에서 재경부로 이관된 데 이어 이날 정부가 부산 대구 등 전국 7곳의 투기지역을 해제키로 결정함으로써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투기지역은 투기과열지구,주택거래신고지역과 함께 현재 부동산시장을 옥죄고 있는 3대 규제장치로 꼽힌다.
특히 부동산가격안정 심의위원회가 충청권 등 9곳을 토지투기지역으로 묶은 반면 주택투기지역을 대폭 해제한 것은 '토지는 계속 묶고 주택은 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날 투기지역 해제 기준이 마련된 것도 단계적 규제 완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투기지역에 이어 취득·등록세를 실거래가로 내야 하는 '주택거래신고지역'도 조만간 일부 지역이 해제되고 지정범위도 현행 시·군·구에서 읍·면·동 단위로 세분화될 전망이다.
추가 지정도 당분간 유보될 전망이다.
현재 첫 해제 대상으로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이나 강동구 암사동 등 다른 규제지역(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여 중복 규제를 받고 있는 지역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도 해제될 듯
분양권 전매 등이 금지되는 '투기과열지구'도 그 동안 신중론으로 일관해 오던 강동석 장관이 지난 19일 "지방권을 중심으로 해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조만간 첫 해제지역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신규분양 아파트 △재건축을 포함한 기존 주택 △주상복합 아파트 등 규제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해제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방권(충청권 제외)에서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는 곳은 △부산 대구 광주 울산 등 광역시 전역과 △경남 창원·양산시 등으로 시장 동향만 놓고 보면 모든 곳이 해제 대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도권이 관건
투기지역과 주택거래신고지역에 이어 투기과열지구까지 해제될 경우 해당 지역 부동산시장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제 완화 조치가 지방권에만 한정될 경우 내수경기 회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 기조를 수도권에도 적용할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현재 추진 중인 활성화 대책이 약발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고육책으로 수도권까지 규제 완화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수도권에 대한 규제 완화로까지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김광림 차관은 "수도권은 계속 투기 억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굳이 얘기하자면 그런 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
◆투기과열지구
지난 2002년 4월 청약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무주택 우선 공급을 비롯해 △조합주택 선착순 모집 금지 △분양권 전매 제한(계약 후 1년간) △청약 1순위 자격 제한 △분양권 전매 금지 △재건축 후분양제 △조합주택 및 공공택지 전매 금지 △재건축 조합원 전매 금지 △주상복합 분양권 전매 금지 등의 규제가 적용된다.
◆투기지역
집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가 실거래가 기준으로 부과되는 지역으로 주택투기지역 및 토지투기지역으로 나뉜다.
집값이나 땅값이 일정요건 이상 오른 곳이 지정 대상이다.
◆주택거래신고지역
집을 살 때 내는 취득·등록세가 실거래가 기준으로 부과되는 지역.집값이 월간 1.5% 이상,3개월간 3% 이상 오른 지역 등이 지정 대상이다.
전용면적 18평을 넘는 아파트나 전용면적 45평 초과 연립주택 등을 사고 팔 때 실거래가 등 거래내역을 반드시 시·군·구청에 신고해야 한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