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의 '월요경제'] 죽음에 이르는 병

19세기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했다.

뒤집으면 '희망=삶의 묘약'이란 등식도 성립된다.플래시보(placebo)효과, 즉 위약(僞藥)효과도 희망을 담아야 가능하다.

실화를 영화화한 '로렌조 오일'에서 부모(닉 놀테, 수전 서랜든 분)는 ALD란 불치병에 걸린 아들 로렌조를 보며 절망한다.

쉽게 포기하는 의사들을 불신하며 직접 치료법 찾기에 나선다.해로운 지방산 축적이 원인이며, 순수 올리브유(로렌조 오일)가 이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알아낸다.

완치엔 실패했지만 병은 기적적으로 진행을 멈췄고 현재 25살인 로렌조는 지금도 살아 있다.

실제 로렌조 오일은 발병 뒤엔 약효가 없음이 확인됐다.하지만 아들을 살린 건 부모의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랑과 헌신이 시너지를 낸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국 경제가 중병에 걸렸다고들 한다.

경제부총리는 우울증, 한국은행 총재는 무기력증이라고 진단했다.마음에서 비롯된 심인성(心因性) 질병들이다.

'하면 된다'가 '내몫 챙기기', '네 탓이오'로 뒤바뀐 뒤의 후유증이기도 하다.

여기에 분열ㆍ대립ㆍ갈등 바이러스까지 창궐해 있다.

방치하는 것도 문제지만 과도한 투약도 문제일 수 있다.

23일은 더위가 머물다 간다는 처서(處暑)다.

이번 주는 정기국회 전초전 성격인 임시국회로 시작한다.

김영란 대법관 임명동의, 고구려사 왜곡대책특위 구성 등이 관심사다.

경제법안으론 재래시장육성특별법 제정과 정부조직법 개정안(과학부총리 신설)이 처리된다.

여당은 경제살리기와 개혁입법 처리를 위한 정책의총(26일)을 열지만 과거사 논란을 국회 안으로 가져오는 것 외에 크게 기대할게 없을 듯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첫 국정과제조정회의를 주재한다.

총리와 부총리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분권형 국정운영 시스템 구상을 천명한 이후 어떤 모양새를 갖출지가 관전 포인트다.

금융권에선 지난주 은행 보험에 이은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의 증권ㆍ자산운용사 사장단 간담회(25일)와 박승 한은 총재의 은행 대출금리 인하 호소가 먹혀들지가 관심사다.

경기와 관련해서는 통계청의 7월 산업활동동향(27일)이 발표된다.

건설경기가 급랭조짐을 보이고 있어 개선조짐을 나타낸 6월 지표와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밖에 작년 출생ㆍ사망통계(24일)에선 저출산 기록을 살펴봐야겠다.

우리 속담에 병은 자랑하랬다.경제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선 로렌조 부모처럼 치료법과 명의를 찾아 '메디컬 쇼핑'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