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터미널' .. 사랑과 자유 그린 뭉클한 희망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터미널"은 휴먼 드라마다.

그의 전작 "쉰들러 리스트"와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전장에서 피어난 인간애를 드라마틱하게 그렸다면 이 작품은 뉴욕 공항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을 잔잔한 감동을 곁들여 담아냈다.주인공 나보스키역의 톰 행크스는 난관을 스스로 개척하는 역할을 맡아 다시 "미국의 국민배우"로 돌아왔다.

할리우드 최고의 흥행파워를 지닌 두 사람은 이 영화에서 삶의 희망을 노래한다.

주무대인 뉴욕 공항은 인간 시장이자 세계 문화전시장이다.동유럽의 작은 국가 크라코지아 출신인 나보스키는 이곳에서 9개월간 발이 묶인 채 온갖 사람들을 만나 애틋한 사연을 들려준다.

나보스키는 미국으로 오는 동안 모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여권과 비자의 효력이 정지됨으로써 공항의 환승 라운지에서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그는 이제 자본주의의 중심에서 생존 경쟁에 뛰어든다.카메라는 모든 등장 인물들에게 골고루 연민 어린 시선을 던진다.

나보스키는 '포레스트 검프'를 연상시킬 정도로 순박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해금을 고대하며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감으로써 주변 사람들을 감화시킨다.나보스키를 공항에 반감금시킨 공항 관리책임자 딕슨(스탠리 투치)도 악한이라고만 볼 수 없다.

인권보다 규정을 더 따지는 관료이지만 규정의 잔인함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보스키가 사랑에 빠지는 스튜어디스(캐서린 제타존스)는 유부남 애인의 전화를 기다리는 '사랑의 희생자'다.

그녀와 나보스키는 희망의 다른 말인 '기다림'을 먹고 사는 존재들이다.

공항 관리인,식당 종업원,청소부들도 저마다 꿈이 있다.

영화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의 소중함이야말로 휴머니즘의 양대 기둥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보스키가 해금된 후 먼저 재즈 바를 찾아가는 장면은 재즈가 자유의 상징임을 상기시키려는 장치다.

스필버그 감독은 공항이란 한정된 공간에서도 힘차고 빠른 화법을 선보인다.

에스컬레이터 양복점 패스트푸드점 화장품점 등이 인물들의 동선과 조화롭게 배치돼 있으며 그들 사이로 카메라는 자유자재로 왕래한다.

신속하게 전개되는 에피소드들은 제한된 배경공간 때문에 올 수 있는 지루함을 덜어 준다.27일 개봉,전체관람가.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