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협상 또다른 암초 ‥ 美ㆍ中 등 통상현안과 연계

올 연말을 시한으로 중국 미국 등 9개국과 쌀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협상 대상국들이 쌀 개방폭 완화를 대가로 '쌀 이외 분야의 통상압력'을 강화하는 등 협상과정에서 각종 '복병'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올해 쌀 협상에서 가장 우려했던 문제들이 현실화됨에 따라 쌀 협상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 '쌀 이외 통상현안' 급부상

농림부는 23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에 제출한 '주요 현안보고'에서 국가별로 입장 차이를 드러낸 사안으로 "쌀 이외 부문의 양자 통상현안 해결" 요구를 꼽았다.

정부가 쌀 협상과 관련, 쌀 이외의 부문에서 협상 상대국이 통상현안 해결을 요구조건으로 제시했다는 것을 공식 확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로서는 어느 국가가 어떤 요구를 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광우병 쇠고기(미국산 및 캐나다산) 수입금지 조치 해제 △쌀 이외의 자국산 농산물 수입확대 요구 △농산물 관세율 인하 등이 제시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미국은 한국 쇠고기 수입시장 규모가 2002년 9억4천6백80만달러로 쌀(4천4백83만달러)보다 크기 때문에 쇠고기 시장 접근이 국익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지난 6월18일 열린 한ㆍ중 경제공동위원회에서 조정관세 품목 감축과 관세율 인하를 강력히 요청했던 만큼 쌀 협상에서도 연계협상 전략을 들고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관세화 및 국내시장 판매 등이 쌀협상에 관건

정부는 미국 중국과 3차례 협상을 갖는 등 쌀시장 개방에 대한 의견접근을 시도하고 있으나 △관세화 여부 △의무수입물량 증대 △국내시장 시판 허용 등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태국 등 대부분 협상국들이 관세화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으며 미국 호주 등은 수입물량을 늘려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쌀 협상은 우루과이라운드(UR) 때 관세화를 유예받은 10년이 올해 종료됨에 따라 협상을 연내에 끝내야 하며,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의 검증 절차를 거치는데 3개월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9월 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에는 WTO 규정에 따라 자동적으로 관세 적용을 통해 쌀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현승윤ㆍ이정호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