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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둥성 칭다오의 액세서리 업체인 D사.칭다오에서는 제법 성공한 기업으로 꼽히는 중견기업이다.
D사는 작년말 신규공장 건립을 위해 칭다오 인근 1만2천평의 토지를 매입키로 지방정부와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2월 대금을 모두 지불했다.
그러나 이 회사 공장 부지는 지금 말뚝도 박지 못한 상태다.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토지규제가 강화되면서 토지사용허가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 공장이 언제 착공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계약 당사자인 지방정부 관리들도 "중앙정부의 지시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D사는 긴축으로 우리 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는 한 사례에 불과하다.
중국이 긴축정책을 공식화한 지난 4월 말 이후 많은 우리 기업들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본사와 KOTRA가 공동 조사한 '재중(在中) 한국기업 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75.8%에 달하는 3백91개 업체가 '직접적인 타격 또는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응답,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긴축이 중국 투자업체에 발등의 불인 셈이다.
피해형태는 다양하다.
랴오닝성 선양에서 부동산개발을 하고 있는 K개발의 경우 부동산 분야 자금이 얼어붙으면서 자금난에 좇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칭다오의 중견 전자부품 업체인 A사는 중국계 은행의 무차별 대출 회수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최근 장쑤성 창저우에 진출한 한 투자업체는 우리나라 구(區)에 해당하는 '전'(鎭)정부와 투자계약을 맺고 사업을 시작했으나 백지화됐다.
상급 정부의 일방적인 사업중단 명령 때문이다.
이 회사가 자본금통장으로 들여온 약 5백만달러는 현지 중국계 은행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
건설 자동차 중장비 분야 등의 업체들은 급격한 시장 위축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
그동안 중국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굴삭기의 경우 지난 5월 이후 판매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자동차 타이어 등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현금으로만 거래하던 베이징현대자동차는 판매 부진이 심화되자 대리상들과 어음거래를 시작했다.
그렇다고 모든 업체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문란했던 업계가 정리되면서 일부 경쟁력 있는 업체들에는 오히려 긴축이 체질 강화를 위한 보약이 되고 있다.
포스코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 회사는 지난 1일 칭다오에 연산 18만t 규모의 스테인리스 공장을 준공,시운전에 들어갔다.
칭다오 시정부는 포스코 공장을 위해 왕복 6차선의 '전용도로'를 시원스럽게 뚫어주기도 했다.
포스코는 지난 19일에도 랴오닝성 번시에 연산 1백90만t 규모의 냉연공장을 착공했다.
"긴축은 중국 산업질서의 재편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경쟁력 있는 제품,경쟁력 있는 기업에는 오히려 기회입니다.
중국 정부가 나서서 적당한 기술로 연명하려는 업체를 정리해주고 있는 것입니다."(김동진 포스코 중국지주회사 사장)
전문가들은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긴축의 깊은 뜻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송창의 무역협회 상하이지사장은 "단순 성장속도 조절이 아닌 성장방식의 변화에 긴축의 속뜻이 있다"며 "외자기업이든 중국기업이든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이나 상품은 앞으로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외자기업이라고 해서 적당히 특혜나 받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긴축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으로 해석,대처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긴축에 위축되기보다는 유통망을 재정비하고,부실 파트너를 골라내며,기술경쟁력을 재검토하는 등 이를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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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
한우덕(상하이특파원) 오광진(베이징특파원) 우종근(국제부 차장) 이익원 오상헌(산업부 기자) 정지영(국제부 기자) 김병언(영상정보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