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의 빛 담긴 추상화..오수환씨 내달3일부터 개인전

오수환씨(58·서울여대 교수)는 국내의 대표적인 추상화가로 꼽힌다.

흰색 또는 회색 바탕에 글자를 쓰듯 단지 몇 획을 죽죽 그어놓은 그의 그림은 작품 제목처럼 '적막(寂寞)'하다.오는 9월3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대규모 개인전에서 오씨는 '변화'를 주제로 새롭게 시도한 근작 1백여점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에 서예 작품과 비슷한 흔적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서예가였던 부친의 영향에서 비롯된다.

미술평론가 최민씨는 "그의 그림은 비록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 것이지만 서양의 추상화와 동양의 서화정신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고 설명한다.그가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변화'는 이제 한 곳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전 그림이 움직이지 않는 세계,영혼과 고요의 세계였다면 신작 '변화' 시리즈는 고요 속에서 생기를 발산하려는 '기운 생동'을 뜻한다.

작가는 이에 대해 '선을 놓아버렸다'고 말한다.10여년을 유지해 온 고요함이 깨지면서 화폭은 붓자국 선명한 흐린 잿빛으로 바뀌고 거기에 피가 튀듯 곡선과 원형이 뒤엉키고 풀려 있다.

오씨는 이같은 변화에 대해 "대상에 대한 거리두기 내지는 현실에 대해 관조하는 입장에서 지금까지 그림을 그렸지만 이제는 사람 사는 느낌,부대낌이 느껴질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서울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작가는 베트남 파병을 자원한 이후 70년대에 5년간 구상화를 그렸다고 한다.오씨는 "예술은 결국 현실의 온갖 요소들을 포용하는 화해의 빛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의 마음을 다스려야 하고 그래야 예술성 높은 작품이 나오는 것 같다"고 강조한다.

9월30일까지.(02)720-102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