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신망 시장 '지각변동'

미국 기업들이 독식하다시피 하던 국제 통신망 시장에서 급격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통신버블'의 붕괴로 경영난에 빠진 미국업체들이 회사나 통신인프라를 중국 인도 멕시코 등의 후발 업체들에 헐값에 넘기면서 국제통신업계의 세력판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25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에 따르면 2000~2004년 약 3백억달러 상당의 미 통신업체 소유 국제통신 인프라가 고작 40억달러에 다른 나라 통신업체로 매각됐다.

미국에서 다른 나라로 나가는 해저 광통신망의 20%를 건설한 글로벌크로싱은 과잉투자의 후유증으로 지난해 말 싱가포르테크놀로지에 2억5천만달러에 넘어갔다.

글로벌크로싱의 아시아부문인 아시아글로벌크로싱도 지난해 초 중국 최대 통신업체인 차이나텔레컴의 자회사 차이나넷컴에 팔렸다.미국의 또다른 통신 공룡 타이코가 소유한 6만km에 달하는 국제 광통신 네트워크도 현재 매물로 나와 있다.

인도업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타이코의 통신망은 한때 평가액이 34억달러에 달했으나 2억달러 내외에 팔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통신업체들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IT 붐을 타고 지난 90년대 말부터 경쟁적으로 해저케이블이나 광통신망을 건설했다.그러나 최근 공급과잉과 경쟁격화로 투자비의 몇 분의 일도 안되는 가격에 회사나 설비를 매각하고 있다.

반면 뒤늦게 이 시장에 뛰어든 중국 인도 싱가포르 멕시코 등의 업체들은 싼 값에 회사나 설비를 인수,국제 통신망분야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인도의 바티그룹과 싱가포르텔레커뮤니케이션은 'i2i'라는 세계 최대 해저 광통신망을 합작으로 건설키로 했다.물론 아직도 스프린트 MCI AT&T 등 미국 업체들이 전 세계 인터넷 망의 상당 부분을 소유,운영하고 있지만 국제 통신시장에서 미국 업체들의 입김은 전보다 훨씬 약해졌다.

업계에서는 미국 업체의 독점 현상이 사라진 것이 경쟁을 촉진시켜 가격을 내리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광대역 통신망에 대한 수요도 다시 늘어날 전망이어서 후발 업체들의 영업전망은 비교적 밝은 편이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