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개선한다더니 웬 찜질방..제주, 71억 혈세 낭비

제주도가 5백88억원을 들여 폐기물소각시설 2기를 기존 쓰레기 매립장 부근에 건설하면서 71억원을 투입해 환경개선과는 무관한 사우나 찜질방 헬스장 등의 편익시설을 짓고 있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졌다.

25일 감사원에 따르면 제주시 봉개동 주민 3천2명은 산북지역 소각장으로부터 2km이상,서귀포시 예례동 주민 3천5백80명은 산남지역 소각장으로부터 4km이상 떨어져 있어 전문연구기관의 조사에서 환경상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런데도 제주도는 1999년 환경부으로부터 폐기물 소각시설 설치계획을 승인받으면서 소각장 공사비(5백88억8천만만원)의 6.1%인 35억9천만원을 편익시설 건설비로 책정한 뒤 2002년 4월 주민들과의 협의 과정에서 공사비의 11%인 64억9천만원으로 늘렸다.

도는 2003년 11월 주민들의 요구로 편익시설 설치비를 소각장 공사비의 12.2%인 71억7천만원으로 재차 증액했고 지난 4월에는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인테리어 설계 변경까지 추진하고 있다.

현행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은 지방자치단체가 폐기물소각시설을 신설한다 해도 주민편익시설을 설치할 의무는 없고 설사 세운다 하더라도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비용의 2%를 초과할 수는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감사원 관계자는 "관련 법령상 11억원 규모의 주민편익시설을 세우면 충분한데도 제주도는 규정의 6배가 넘는 시설을 설치하고 있어 그만큼 '혈세'가 낭비된 셈"이라며 "이처럼 과다하게 설치되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도에 기관 주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