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직원들에게 주식을 가르치는 외과의사.'


흔히들 '신은 공평하다'고 말한다.
누구나 한 가지 능력은 신으로부터 받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경철 신세계병원 원장(40)은 '불공평하게도' 신으로부터 두 가지 능력을 받았다.


하나는 아픈 사람을 고치는 능력,다른 하나는 주식투자로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다.
박 원장은 의대 본과 1학년 때 5백만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결과는 참패였다.


실패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공부가 부족했다는 결론을 얻었다.
친구 4명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의사고시 공부하듯' 5년간 주식을 공부했다.


이때 읽은 외국서적(기술적 분석 관련 서적)만 50권이 넘었다.


기술적 분석에 관한 한 국내 최강이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투자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10년 동안 지독하게 돈을 잃었다.


98년 중반,기회가 왔다.


주가지수는 300 아래로 내려 꽂히고 있었다.


'5년 공부'의 힘이 발휘됐을까.


'집문서를 팔아서라도 성장주를 사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다음 한컴 데이콤 SKT 등을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


주가는 무섭게 올랐다.


1년6개월 만에 50배가 넘는 수익률을 냈다.


99년 말,다시 한번 5년 공부의 내공이 발휘됐다.


'지금이 한국 주식시장의 꼭지점'이라는 믿음이 들었다.


갖고 있던 주식 모두를 팔아치웠다.


이후에는 선물 매도에 주력했다.


2000년은 한국 주식시장의 '블랙 이어(black year)'.1년 만에 주가는 1,000포인트에서 500포인트로 반토막 났다.


그 동안 주식으로 번 돈 이상을 선물 매도로 벌었다.


이후 박 원장은 주식시장에서 '시골의사'라는 필명을 떨치게 된다.


주식시장의 대세 상승기와 하락기를 정확히 맞힌 '재야의 고수'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증권사 직원을 상대로 기술적 분석을 강의하는 국내 최고의 기술적 분석 대가가 됐다.


박 원장은 2001년 고향인 안동으로 내려가 신세계연합병원을 설립했다.
'40세 이전에 성공해 고향으로 내려가겠다'는 첫 번째 꿈과 '국내 최대의 재활병원을 만들겠다'는 두 번째 꿈을 모두 이루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