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일식 회전초밥 이자카야 등 다양한 일본 식당들이 선을 보이면서 정통 고급 일식집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이들 고급 일식집들은 불경기에다 '50만원 접대 상한제'까지 불거지면서 비즈니스 모임장소로도 외면당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외풍에도 흔들림 없이 품격을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어등'이 있다.


어등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왼쪽에 위치한 주방에서 요리사들이 '어서옵쇼'를 우렁차게 외친다.


깔끔한 옷을 차려입은 종업원들이 반갑게 맞이하는 풍경은 마음을 편하게 한다.
테이블에 세팅된 양념장 중 된장양념장이 특이하다.


보리와 차조 등을 넣어 맵지도 짜지도 않으면서 간이 잘 맞는다.


먼저 나온 야채로 찍어먹다 보니 곧 바닥이 보인다.
밥이라도 한 그릇 맛나게 비벼먹고 싶은 충동마저 인다.


참치뱃살과 도미 광어 전복 개불 등이 놓인 모둠회가 나오면 종업원이 직접 생와사비를 가져와 갈아준다.


입에 들어가는 회의 맛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저녁에는 간장게장에 회를 찍어먹도록 해준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주방장 이성우씨(39)는 "회는 좋은 횟감과 알맞은 숙성,칼끝맛에 좌우된다"고 말한다.


여기서는 하루에 두 차례 산지에서 횟감을 보내주고 있다.


이곳의 별미는 송이차다.


주전자 안에 자연송이를 담아 우려낸 국물은 잔잔한 맛이 일품이고 특유의 송이향은 코를 즐겁게 자극한다.


금방 동이 나 더 달라고 하면 거기에 물을 첨가해 나오는 게 아니라 다시 새로운 주전자를 가져온다.


저녁에만 서비스된다.


각종 해산물과 함께 나오는 도미조림 맛은 '예술'이다.


너무 달지도 느끼하지도 않으면서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젓가락질을 쉬지 못하게 만든다.


보통 일식집에 가면 남아서 버리기 일쑤지만 모든 살을 다 발라먹고 뼈까지 쪽쪽 빨아먹게 된다.


식사로 주문하는 대구매운탕은 싱싱함에서 오는 생선 육질의 맛이 좋고 국물 맛도 시원하기 그지없다.


지배인 유미영씨는 "손님의 취향을 파악해서 거기에 맞게 음식을 해드린다"고 말한다.
회는 1인분 9만원.점심으로 정식은 2만5천원,3만3천원.(02)516-6723∼


5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