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조정] 부실대학엔 모집 중지..'어떻게 이뤄지나'

교육인적자원부가 강도높은 "대학 구조개혁"에 나선 것은 숫자만 많고 경쟁력은 없는 대학의 허약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대학과 학생수는 1970년 1백42개대,20만명에서 올해 3백58개대,3백56만명으로 급증했지만 교육의 질은 형편없이 낮다.대학의 교원 1명당 학생수가 30~40명대로 초등학교(26명)보다도 여건이 나쁘고 교육 내용도 기업 수요와도 동떨어져 졸업생 취업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여기에 고교 졸업자 감소로 입학생조차 못채우면서 올해 지방 전문대의 미충원율은 무려 28%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교수 1인당 학생수 등 교육여건 준수를 의무화하고 이를 행·재정 지원과 연계해 우수 대학만을 지원하며 대학정보공시제를 통해 부실 대학을 노출시켜 구조조정을 유도할 방침이다.이를 통해 2009학년도까지 대학수는 현재 3백58개에서 2백50여개로,입학정원은 65만여명에서 55만여명으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사립대 등은 구조조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기여입학제 도입 등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데다 학교 퇴출에는 학생,교수,동문,지역사회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 정책이 실현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통·폐합 및 퇴출 유도=교육부 기본전략은 최소한의 교수 1인당 학생수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에는 신청조차 할 수 없게 만들어 대학들이 교육여건을 개선토록 하겠다는 것.교수 1인당 학생수를 낮추려면 대학들은 학생을 줄이거나 교수를 늘려야 한다.

돈이 없는 대부분의 대학은 학생수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립대는 2009년까지 전임교원 1명당 학생수를 올해 29명에서 21명,사립대는 35명에서 24명으로 낮춰야 한다.현재 상황이라면 전국 1백87개대 4년제 대학 중 87개대,1백58개 전문대 중 19개대가 전혀 '정부 돈'을 받지 못한다.

서울 K대학의 경우도 정원을 4천명 감축하거나 교수를 3백명 증원해야 이같은 기준을 맞출 수 있다.

이와 함께 국립대의 경우 규모나 지역 여건을 고려한 통합 또는 연합을 지원하거나 각 캠퍼스별 특성화를 유도한다.

통합할 경우 교직원의 신분이나 예산 등은 보장해준다.

사립대는 통합,인수·합병,퇴출에 관한 법을 만들어 합칠 경우 교원확보율 준수 유예기간을 주고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 의무도 완화하는 등 규제를 낮춰준다.

또 한계 대학의 퇴출을 위해 대학구조개선위원회가 학생등록률 등 퇴출한계지표를 활용해 단계적으로 구조개선계획 제출→임원 및 학교장 직무정지→임시이사 선임→학생모집 중지→학교재산 매각 등 시정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대학 해산을 유도하기 위해 재산출연자에게 해산장려금도 줄 계획이다.

대학원도 2006년부터 전임교원수,전업학생 비율,연구업적,야간강의 및 시간강사 비율 등을 평가한 후 그 결과를 공개,구조조정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약 15% 가까운 정원이 줄어들 전망이다.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대표적인 수단이 대학정보공시제 도입이다.

모집단위별 신입생 충원율이나 교수 1명당 학생수,졸업생 취업률,예·결산 내역 등 교육여건이나 학교운영 상태를 알릴 수 있는 각종 지표를 의무적으로 공시토록 하는 것이다.

상장법인의 경영상태 등 증권시장에서 주가나 거래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투자자에게 알려주도록 한 기업공시제를 원용한 것이다.

올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 1학기 수시모집이 시작되는 7월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이들 지표가 적나라하게 공개될 경우 학생,학부모,기업 등에서 학교를 선택하는 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돼 수요자에 의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수 있다.

교육부는 허위로 공시할 경우 강력히 제재할 방침이다.

◆제대로 될까=교육부의 계획은 야심차지만 걸림돌이 많다.

대학들이 구조조정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적어도 우리 대학은 아니다"거나 "학생이 있는데 설마 망하게 하겠느냐"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 현실이다.

또 재정난 확충을 위한 해법에서도 대학들은 정원감축 등 구조조정보다는 정부지원 확대,기여입학제 도입 등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지방대의 경우 학생과 교수,졸업생,지역사회 등의 이해관계가 제각각이어서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다.이와 함께 학생정원의 감축에 따른 등록금 수입의 감소분 등을 지원할 구조개혁 지원예산이 매년 1천억∼3천억원가량 필요하지만 올해 3백39억원밖에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