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슬럼화되는 中 한인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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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안되는데.한인사회가 중국의 하류 사회로 전락할까 두렵습니다."
얼마 전 3년간의 주중대사관 업무를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한 외교관의 말에는 근심이 짙게 배어났다.
"작년 초부터 한국인들이 보는 각종 잡지에 마사지 광고가 대거 실리더군요.대부분 불법 매춘입니다."
베이징의 한인타운으로 통하는 왕징에는 실제 퇴폐 마사지업소가 적지 않다.
베이징만의 얘기가 아니다.
랴오닝성의 성도 선양시의 한인거리로 불리는 시타에는 오후 6시만 지나면 가라오케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춤을 춘다.
밤이면 유흥가로 옷을 갈아 입는 한인거리를 보면서 중국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차이나 러시의 그림자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중국 공안부가 선정한 10대 사기사건에 한국인이 주모자인 피라미드 사건이 '당당히' 올라있다.
화장품을 방문판매하는 식으로 5백억원의 피해를 발생시킨 사건이다.
준비 없이 돈 싸들고 왔다가 사업에 실패해 떠도는 기업인도 적지않다.
한 교민이 여권과 여비가 없으니 무조건 한국으로 보내달라며 선양 총영사관에 들어가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자 빌딩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건이 지난해 발생하기도 했다.
선양 한인회 관계자는 "월 2백위안(약 3만원)의 학비를 못내는 한국인 초등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재중국 한인사회의 일그러진 모습들은 한·중수교 12년이 흐른 지금 중국 진출의 '양' 보다는 '질'을 중시할 때가 됐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투자 경유지로 꼽히는 홍콩과 버진아일랜드를 빼면 올 상반기 중국에 35억달러를 투자해 돈을 가장 많이 쏟아부은 나라(중국 상무부 통계)로 올라섰다.
중국서 10년 이상 의류제조업을 해온 한 기업인은 "중국에서 낭비되는 한국 돈이 너무 많다"며 "대 중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일정시간 교육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폈다.
"한인거리가 한국 문화를 상징하고,중국의 상류층들이 살고 싶어하는 곳이 돼야 합니다." 한인사회의 슬럼화를 걱정하는 외교관은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방식이야 어떻든 중국 진출 패턴의 대개혁을 위해 기업과 개인투자자는 물론 우리 정부도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