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를 각오하고 아뢰옵건대...'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다'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


"전하께서는 스스로의 실책과 국가의 허물은 거론하지 않았습니다.나라의 병은 임금의 잘못에 있습니다."
광해군 3년에 실시한 별시문과 최종 시험인 책문(策問)에서 선비 임숙영(1576∼1623)과 임금의 문답이다.


책문이란 대과(大科)의 최종 합격자 33명의 등수를 결정하기 위해 임금이 직접 출제한 현안에 대해 응시자가 대책을 제시하는 시험.임진왜란을 간신히 넘기고 재위 3년째를 맞은 광해군이 과거 시험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을 묻자 선비는 이렇게 직언했다.


'책문,시대의 물음에 답하다'(김태완 지음,소나무)는 세종 중종 명종 선조 광해군 등 다섯 임금과 신숙주 성삼문 조광조 강희맹 등 대과 합격자 13명이 주고받은 책문 15편을 뽑아 한글로 옮기고 해설한 책.정치 사회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질문에 대해 선비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간언한 대책들이 담겨 있다.
임숙영은 조정의 실권자들을 비판했다가 낙방할 뻔했고 조위한(1567∼1649)은 묵은 폐단을 일소할 방안을 묻는 광해군의 질문에 "겉만 번지르르한 10가지 시책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 정치,위기 관리,인재 등용,교육,제도 개혁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생각을 살펴볼 수 있다.


5백4쪽,2만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