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대내용 따로 대외용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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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담뱃값 인상계획을 놓고 국민들에게 '이중 플레이'를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담뱃값 인상추진 과정에서 실제 정부측 합의내용을 숨기기로 '담합'한 내부 문건이 들통난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월 담뱃값을 오는 10월과 내년 7월 각각 5백원씩,총 1천원을 올리기로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물가상승을 우려한 재정경제부측이 반발하자 2개월여 후인 지난달 24일 재경부 기획예산처 보건복지부 등 3개부처 장관들이 비공개 회의를 열고 인상문제를 다시 논의했다.
비공개 회의내용은 기존 정부측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도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담뱃값을 5백원 올리고,내년도 인상분은 내년에 다시 법을 개정해 반영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 자문기구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가 3일 국회에서 열린우리당과의 간담회를 위해 준비해온 내부문건이 공개되면서 담뱃값 인상에 대한 정부의 '꿍꿍이'가 드러났다.
'대외주의'라는 꼬리표가 붙은 이 문건에는 지난달 관계장관들의 비공개 회의결과와 관련, "내년도 담뱃값 인상분은 (올해 개정되는) 법안에 반영은 하지 않되,보도자료 등 정부 발표문에는 포함시키기로 한다"는 문구가 적시돼 있었다.
쉽게 말해 올해 법을 개정해 일단 5백원을 올리되 내년 인상분은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것.그럼에도 언론용 보도자료 등 '대국민 자료'는 담뱃값을 두번에 걸쳐 올린다는 내용으로 만들기로 입을 맞춘 것이다.
애연가 입장에서야 담뱃값 인상이 늦춰지는 것을 환영할 수도 있다.
문제는 정책결정 과정에서 정부가 실제 합의내용과 다른 홍보용 자료를 배포하려 했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대내용'과 '대외용' 자료를 따로 만드는 정부보다는 자신감 있고 솔직한 정부를 원한다.
박해영 정치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