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일자) 외국자본 M&A 두고만 볼 것인가

노르웨이의 골라LNG사가 국내5대 해운사인 대한해운을 대상으로 M&A(기업인수·합병)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아일랜드계 펀드인 소버린에 의해 재계 3위 SK그룹이 통째로 흔들렸던 것이 바로 엊그저께 일인데 또다시 외국자본에 의해 국내굴지 기업의 경영권이 위협받는 사태가 생겼으니 정말 예삿일이 아니다. 골라LNG의 지분율(우호지분 포함) 33.1%는 아직 1대주주의 지분율엔 미치지 못하는 것이지만 여타 외국인 지분(17.1%)까지 감안하면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발전해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외국자본의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다른 기업에서도 얼마든지 이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외국인의 상장기업 평균지분율은 현재 43%를 웃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국민은행 등 국내 대표기업들의 경우도 절반 이상의 주식을 외국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인들이 힘만 합치면 언제든 적대적 M&A나 그린메일(주식을 매집한 뒤 대주주에게 비싸게 되파는 행위) 등을 시도할 수 있다는 뜻에 다름아니다. 그럴 경우 기업가정신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고 국가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막대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국내기업들의 손발을 꽁꽁 묶어 적대적 M&A를 사실상 조장하고 있는 꼴이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고집하는가 하면 산업자본의 은행주식 소유제한 조치 등으로 온갖 족쇄를 채우고 있으니 경영권 방어가 순탄히 이뤄질 리 만무하다. 제2,제3의 대한해운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내자본에 대한 역차별은 당장 시정돼야 마땅하다. 차등의결권제 도입 등을 통해 경영권 보호장치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울러 기관투자가를 적극 육성해 이들의 증시안전판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도 국내기업들의 경영권이 외국자본에 휘둘리는 현상을 완화해주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