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전면 수입개방 가능성] 버텨봐야 손해..실리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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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부터 중국 미국 태국 등 9개국과 양자협상 방식으로 진행해온 쌀시장 개방 재협상이 '중국'이라는 벽에 부딪쳤다.
관세부과 방식으로 쌀시장을 전면 개방하기보다는 외국쌀 의무수입물량을 약간 늘려주는 것으로 협상을 마무리지으려 했던 정부는 "쌀 이외의 품목들에 대해서도 시장을 대폭 개방하라"는 중국의 요구에 직면해 협상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속있는 쪽으로 쌀시장 개방"
세계 쌀 생산량의 32∼3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올 상반기 중 가진 1,2차 협상에서 국내 쌀가격의 20% 수준에 불과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전면 개방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쌀 생산비가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동북3성'을 중심으로 도정시설을 현대화한 것 등을 무기삼은 전략이다.
쌀시장을 관세화방식으로 개방한 일본의 경우도 민간자율수입 방식으로 들여온 쌀 중 중국산 점유율이 95년 22.3%에서 지난해 78.8%로 높아졌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베이징에서 열린 3차 협상에서 중국 정부는 한국측이 요구한 '관세화 유예'를 받아주는 대가로 △의무수입물량을 현재보다 2∼3배로 늘리고 △다른 농산물에 대한 검역절차를 완화하며 △관세율도 낮추라는 카드를 들고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측 요구를 검토한 결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며 "관세화를 통한 쌀시장 개방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관세화 유예기간을 연장할 경우 한국은 시장개방(양허)안을 협상대상국에 제시해야 한다고 농업 협정문에 명시돼 있으나 그것이 쌀에 한정된 것인지 아니면 농산물 전체로 확대할 수 있는 것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도 농민들에게 실질적으로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할 것을 지시했기 때문에 빠르면 이달 안에 관세부과 방식의 쌀시장 개방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관세율 3백80∼3백90% 예상
관세부과 방식으로 쌀시장을 전면 개방할 경우 관세율은 수입 쌀가격의 3백80∼3백90%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관세부과 방식을 채택하면 한국은 1994년 타결된 세계무역기구(WTO) 우루과이라운드 협상때 적용했던 국내외 쌀가격 차이에 해당하는 관세율(당시 4백40%)에서 10% 낮춘 비율을 시작으로 매년 관세율을 낮춰가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DDA협상에서 쌀을 특별품목으로 인정받으면 관세율을 추가적으로 3분의 1만큼 올릴 여지가 있다"며 "이 경우 관세화를 적용하더라도 향후 5년간 쌀 수입이 올해 의무수입물량(국내 소비량의 4%)보다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세화를 유예하면서 의무수입물량을 늘릴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