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의 '월요경제'] 덫과 포획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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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덫'이란 말이 유행이다.
국내 정치·경제·사회현상을 놓고 '좌파적 가치의 덫'(안국신 중앙대 교수),'개혁의 덫'(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에 빠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국내 기업의 '투명성의 덫'을 언급했다.
독일 언론인들이 제기한 '세계화의 덫'이나 일본식 '유동성 함정(덫)'도 먼나라 이야기만은 아닐 듯싶다.
덫(trap)은 사전에 '짐승을 꾀어 잡는 기구'로 풀이돼 있다.
덫에 걸렸다면 곧 포획된 상태다.
이는 노벨 경제학상(1982년)을 받은 조지 스티글러의 '포획이론(Capture Theory)'을 연상시킨다.
여기서 포획은 정책이나 규제를 펴는 정부·정치인·관료가 잘 조직화된 이익집단에 붙잡혀 있는 상태를 말한다.
정부 등 규제자는 정치적·경제적 편익을 안겨주고 이익집단은 그 대가로 투표,선거운동 지원,정치자금,퇴직 후 고용보장 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갖가지 덫에 걸린 한국에서 포획이론은 교육 노동 의료 법률서비스 공공서비스 등에서 정책이나 규제와 이해집단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데 유용하다.
정부 정책·규제의 이면을 보는 잣대로 새겨둘 만하다.
시대의 유행어인 개혁도 포획이론 관점에서 보면 선의로 출발했다고 해서 반드시 공익적인가 의아해질 때가 많다.
아침 저녁으로 찬 기운에 정신이 번쩍 든다.
7일은 가을 기운이 완연해진다는 백로(白露)다.
이번 주에는 우선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9일)가 관심사다.
당정의 강력한 부양의지에 발맞춰 두 달 연속 콜금리를 내릴 지,3년래 최고인 물가를 의식해 인하시기를 10월 이후로 늦출지 주목된다.
어쨌든 유동성 함정 논란도 재연될 것 같다.
이어 10일 금융감독위원회 정례회의에선 말 많은 국민은행 회계위반 논란과 관련해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징계수위가 결정된다.
금융감독원이 중징계를 예고한 터라 국민은행측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지난 주 최대 이슈였던 카드수수료 분쟁은 이번 주엔 일단 소강국면이 예상된다.
KB카드와 LG카드의 수수료 인상 통보에 이마트가 한발 물러서 이들 회사의 카드를 계속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석 대목뒤엔 수수료분쟁 2라운드가 점쳐진다.
칠레 출장을 마친 이헌재 부총리는 이번 주 강연으로 바쁘다.
금융연구원 주최 금융경영인 조찬강연(8일)과 한국CEO포럼 초청강연이 예정돼 있다.
경제지표 가운데 통계청의 7월 서비스업활동 동향(6일),8월 소비자전망 조사(9일)와 한은의 2·4분기 가계신용동향(8일) 등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