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격호 롯데회장.."테마파크 내 인생의 마지막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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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여생의 꿈이라면 한국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제2 롯데월드'를,일본에 도쿄디즈니랜드를 능가하는 '가사이 테마파크'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신 회장의 꿈은 여전히 테마파크에 집중돼 있었다.
이미 한국과 일본에 초대형 테마파크를 갖고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테마파크'를 꿈꾸는 그의 집념에는 성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
"제2 롯데월드에는 에펠탑을 본뜬 세계 최고층 건물을 지을 계획입니다.
서울시가 교통체증을 이유로 사업인가를 내주지 않고 있지만,중국 등지에서 밀려드는 관광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관광자원입니다."
그는 도쿄에도 3조원을 들여 가사이 테마파크라는 대규모 시설을 세울 계획이다.
이미 40여명의 프로젝트팀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어서 곧 훌륭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두 곳의 테마파크 모두 '생전에 반드시 실현하고 싶은 프로젝트'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신 회장은 사업 터전인 한·일 양국을 넘어 성장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까지 시각을 넓히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설탕 소비량은 일본의 5분의 1에 불과합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지요.
출생률이 낮아지고 있는 일본에서는 식품산업의 성장이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중국 동남아로 사업을 확대하고 싶습니다."
롯데는 최근 인도의 제과회사를 인수했다.
연간매출 1천억원 규모에 불과하지만 이 회사를 중심으로 인도 사업을 대폭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중국 인도 러시아 등지의 사업 기회는 무궁무진하다는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세가지 경영원칙도 설명했다.
먼저 이해가 되지 않는 사업에는 절대로 손을 대지 않고,이해가 되는 사업을 시작할 때라도 철저히 조사하고 준비한다는 점.또 사업에 실패해도 결코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자금을 차입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경영하고 있는 기업을 상장하지 않는 이유 역시 "실패할 경우 주주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면에서 한국기업은 극단적으로 사업을 펼쳐 실패가 많은 반면 일본기업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기업들은 지금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 진출할 당시의 비화도 소개했다.
"당초 한국에선 식품회사가 아닌 중화학공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일본의 공업화를 보면서 장래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지요."
그는 먼저 석유화학 사업을 검토했지만 정부가 LG그룹을 사업자로 결정해 단념했다고 밝혔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유로 연산 1백만t 규모의 제철소 건설 타당성 검토를 마치고 자금조달 계획까지 마련했으나 이 역시 한국 정부가 뒤늦게 '제철업은 국가에서 하기로 했다'고 알려와 포기했다는 것이다.
결국 성사된 호텔사업 역시 한국 정부가 제의한 것."호텔업은 이익을 내기 어렵지만,한국에 일류 호텔이 없어 장래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전혀 모르던 호텔업을 위해 세계 각국의 일류호텔을 다녀보고 공부한 뒤 일본의 데이코쿠호텔을 모델로 삼았지요."
다이아몬드지는 롯데가 한·일 양국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의 규모를 처음으로 취재해 공개했는데 양국 사업체의 자산은 31조2천억원 규모로 나타났으며 지난해 24조4천억원의 매출을 올려 1조6천3백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신 회장은 일본에서 시게미쓰 다케오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으나 일본에 귀화하지는 않았으며 한국 국적을 유지한 채 양국의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대체로 홀수달은 한국에서,짝수달은 일본에서 양국의 사업을 챙기고 있으며 올해는 대선자금 수사 여파로 지난달 처음으로 귀국해 국내 사업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