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 정치자금 20억 수수혐의.. 검찰 빠르면 7일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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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주철현 부장검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을 통해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으로부터 20억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포착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은 현철씨에 대해 출금조치를 취하고 이르면 7일 중 소환 조사키로 했다.
검찰은 이날 김 전 차장을 불러 조씨로부터 돈을 받은 경위와 그 돈의 성격에 대해 조사한 후 귀가시켰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차장과 조씨의 말이 너무 달라 7∼8일 중 현철씨를 불러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두사람의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현철씨는 작년 2월부터 12월까지 김 전 차장을 통해 조씨로부터 총선출마 자금 등의 명목으로 9차례에 걸쳐 총 20여억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일단 조씨가 현철씨에게 건넨 돈을 정치자금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김 전 차장이 지난 97년 김현철씨 비리의혹 사건 수사 당시 밝혀졌던 현철씨 비자금을 관리하던 조씨가 뒤늦게 이자를 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당시 현철씨는 대선자금 잔여금과 당선 축하금 등을 모아 94년5월과 95년2월 김 전 차장에게 각각 50억원,20억원씩 모두 70억원의 비자금을 맡겼으며 김 전 차장은 97년에 다시 이 돈의 관리를 조씨에게 부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현철씨는 99년 조씨로부터 70억원을 모두 이자 없이 되돌려받아 추징금,세금,복지단체 헌금 등으로 사용했다고 밝혔었다.
현철씨 측근은 "현철씨가 생활형편이 어려워져 조씨에게 70억원에 대한 이자 명목으로 10억여원을 김 전 차장을 통해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치자금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일축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조씨로부터 돈을 받아 전달한 점은 인정하고 있지만 정치자금 명목이 아니라 조씨가 97년부터 99년까지 2년여간 70억원을 보관한 데 따른 이자라고 주장하고 있어 현철씨를 소환해 이 돈의 목적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철씨는 지난 6월 고객관계관리(CRM) 전문기업 ㈜코헤드를 설립,최고경영자(CEO)로 활동 중이며,김 전 차장은 안기부 예산을 신한국당의 선거자금으로 불법 전용한 사건인 이른바 '안풍'의 주역으로 1심에서 징역5년을 선고받고 보석으로 석방돼 최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