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안전의 날] (전문가 좌담회) 원자력안전 신뢰 '진실'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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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원자력안전의 날 기념식이 8일 대덕연구단지내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 등 6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양창국 한전원자력연료 사장이 동탑 산업훈장을 받는 등 42명이 훈·포장,표창을 받는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원자력 안전의 날을 맞아 최근 대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회의실에서 '원자력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과제'라는 주제로 긴급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원자력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안전중시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내용을 간추린다.
[ 참석자 명단 ]
은영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
장인순 한국원자력연구소장
권오철 한국수력원자력 전무
한동섭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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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섭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사회)=1978년 고리원자력발전소가 가동에 들어간지 올해로 26년이 지났습니다.
정부가 그동안 원자력 안전확보를 위해 노력한 결과 한반도가 원자력사고 무풍지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계속 원자력안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의 안전이 어느정도 지켜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장인순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원자력 안전을 위해서는 기계적인 안전뿐만 아니라 종사자들의 안전의식이 더욱 중요합니다.
직원들의 사소한 실수에 의해 큰 사고를 빚는 경우가 외국의 사례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 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으며 위기대처 훈련을 강도높게 받고 있습니다.
▲은영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안전기술원에서는 발전소가 건설될 부지선정작업 때부터 안전규제 활동을 시작합니다.
주요 기기의 설계 및 제작단계에서도 국제적인 안전기준에 맞는지를 확인하며 기기 설치단계에서도 철저한 진단을 합니다.
건설후 운전과정에서도 안전기준들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계속 확인하고 있으며 부족한 점이 있을 때는 시정을 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철저한 규제가 원자력 사고를 막게 한 주요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권오철 한국수력원자력 전무=한국수력원자력은 '안전 최우선 경영 정착'을 경영방침으로 내걸고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발전소장의 인사고과 때 배점의 15%를 안전기준 준수 여부에 두고 있습니다.
안전 기준을 소홀히 하면 인사때 불이익을 당합니다.
지난해 국내 원전기술자가 국제규모의 원전 안전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 교수=국내 전력의 40%를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원자력은 중요한 에너지원입니다.
원자력의 경우 안전성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은데요.
▲권 전무=고유가 시대를 맞아 기름 한방울도 나지않는 국내 환경 등을 감안할 때 결국 원자력발전이 대안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러나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은채 막무가내로 원전에 매달리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문제는 안전규제를 어느 수준까지하느냐 입니다.
물론 국제 기준에만 맞추면 경제성을 담보할 수가 있다고 봅니다.
▲은 원장=원자력의 경제성은 곧 안전성과 결부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안전문제로 인해 원전 가동을 하루만 정지하면 1백만달러(12억원)가 사라져버리는 게 현실입니다.
사소한 부주의나 하자로 인한 안전성 문제로 인해 받는 경제적 손실은 막대합니다.
현실적으로 안전을 지키는 것이 가장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점을 재삼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 교수=부안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험상황을 해결할 커뮤니케이션이 부재한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원자력에 대한 맹목적인 불신이 깊이 깔려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원자력에 대한 사회심리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장 소장=문제는 과학기술자에 있다고 봅니다.
원자력연구소에서도 연구원들이 커뮤니케이션과정과 홍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구소는 홍보의 중요성을 감안,적극적인 대외 홍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은 원장=선진사회로 가는 길은 바로 시민들이 안전을 잘 지키는 일이라고 봅니다.
교통안전처럼 원자력 안전은 그 사회의 척도이자 중요한 가치일 수 있습니다.
원자력 안전은 곧 나누고 누려야 될 공공재라고 인식하는게 선진사회입니다.
그래서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시민의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안전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한 길은 무엇보다 상호 신뢰입니다.
안전함을 규제하는 궁극적인 목표도 규제를 함으로써 국민들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장 소장=원자력 안전에 대한 사회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신뢰가 가장 중요한 투자입니다.
원자력이 현실적으로 유리한 선택이라는 것을 사회가 수용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원자력 안전에 대한 이해가 선결돼야 합니다.
원자력 관계자도 안전에 대한 자신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인간이 만든 기계는 완전한 것이 없습니다.
따라서 부족한 것을 풀어나가야 하는게 연구자의 과제입니다.
▲권 전무=인간과의 관계에서 신뢰를 보장할 수 있는 길은 진실입니다.
원자력 안전 관계자들이 말을 바꾸거나 잘못된 언행을 하면 국민으로 부터 신뢰를 받을 수 없습니다.
원자력 커뮤니케이션의 경우 지금까지 기술자들이 주로 맡아왔기때문에 잘못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과학자만이 원자력 일을 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일반인들 중 원자력을 이해하는 사람이 직접 나서야 합니다.
특히 언론이 원자력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확한 사실을 전달해줘야 합니다.
▲은 원장=원자력을 직접 운전하는 쪽에서도 안전문화의 창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업자들이 보다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겸손해지는 것이 곧 원자력안전을 담보하는 길입니다.
▲권 전무=외국에서의 원자력 고장내용 등을 분석해보면 무지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냉각재 누출사고도 사람의 착각에 의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분야별로 원자력에 대한 지식수준이 올라가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 인성도 품질관리에 대단히 중요합니다.
원자력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사람의 인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심성교육을 강화해야 할 때입니다.
정리=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