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차현 두번째 소설집 '대답해 미친 게 아니라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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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등단 이후 독특한 작품세계를 선보여 온 소설가 한차현(34)이 두번째 소설집 '대답해 미친 게 아니라고'(문이당)를 펴냈다.
책에 실린 7편의 단편들은 기억과 망각,현실과 비현실,과거와 미래 등이 뒤섞여 만화경 같은 풍경 속으로 독자들을 이끌어간다.
표제작 '대답해…'는 심부름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남자가 어느날 전남 신안군 앞바다의 외딴섬까지 동행해 달라는 젊은 여자의 전화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다.
여자와 동행하면서 주인공 남자는 이 여자가 임신 20개월(?)째이며 2년 전 이 섬에서 우연히 만났던 남자를 다시 보기 위해 가는 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섬에 도착한 뒤 여자와 주인공은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한다.
사고 후 여자는 사라지고 여자가 낳고 간 아기만이 남는다.
주인공은 전날 여자와 함께 식사했던 식당을 찾아가지만 주인은 여자의 존재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
작가는 기억의 작동에 혼돈이 발생하는 순간 콘크리트처럼 단단했던 자아에 대한 믿음이나 정체성도 한순간 허물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차이와 반복,요컨대 TV적인 것과 리모컨적인 것이란'은 사라진 리모컨을 찾느라 한바탕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이다.
세 친구는 TV 리모컨을 찾기 위해 한시간 이상 23평짜리 콘도를 이잡듯이 뒤지지만 결국 실패한다.
그러나 외출하고 돌아와 보니 리모컨은 TV 앞에 얌전히 놓여 있다.
사소한 사물에 대한 기억의 상실이 만들어 낸 갈등의 파노라마를 유쾌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애로부인傳(전)'은 자신의 조상을 사랑하다가 미쳐 죽은 귀신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으로 작가의 걸걸하고 거침없는 입담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