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선물세트 저가품 뜨고 고가품 지고

불황 여파로 추석 선물 시장에서 생활용품 멸치세트 등 중저가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반면 화장품 한과 고가 한우세트 등은 주문이 뚝 떨어져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유통 식품업계도 10만원 이하의 중저가품 위주로 선물 세트를 내놓고 있다. ◆중저가 생활용품 멸치 인기 올 추석에는 멸치가 불경기의 실속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멸치 가공업체인 '바다원'은 "올해 준비한 물량은 7만개로 예년의 2배 수준"이라며 주로 3만∼5만원대의 저렴한 제품이 많이 나간다고 밝혔다. 신재원 과장은 "작년에는 7만원대의 선물을 주로 준비했지만 올해는 경기가 안 좋아 5만원대로 낮췄다"고 말했다. 생활용품 업체들은 올 추석 매출이 지난해보다 10∼2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저가 제품 비중이 최소 30%를 넘어서고 매출도 1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경은 주문이 늘어 추석 선물 세트 판매 목표치를 전년 대비 25% 많은 7백억원으로 잡고 있다. 피죤은 올해 처음 '1만원 이하'의 실속형 세트를 내놓았다. 지난해 생활용품에서 1백70억원의 매출을 올린 태평양은 6% 성장한 1백80억원을 매출 목표로 하고 있다. ◆한과 화장품 찬바람 일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추석 대목에서 올리고 있는 한과 업체는 선주문이 예년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30년 동안 한과를 생산해온 '궁전병과'의 박위남 부장은 "지금까지 기업체로부터 들어온 주문은 6건 정도로 예년의 절반도 안된다"며 "1년 내내 명절만 바라보고 공장을 돌리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한 업체에서 고·중·저가 세트를 고루 주문했는데 올해는 저가로 통일한 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계는 저가품 위주로 선물세트를 준비하고 있으나 주문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방 고기능 등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10만원 이하 제품이다. 업계 1위 태평양은 추석 매출 목표를 작년보다 2% 정도 감소한 6백75억원으로 잡았다. 굴비 한우세트도 주문이 뚝 떨어졌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에 굴비세트를 납품하는 대일참굴비의 송민호 사장은 "대기업의 선물 안받기 운동,카드 수수료 분쟁으로 인한 소비 감소 등의 영향으로 추석 3주 전 매출이 작년에 비해 4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장규호·이방실·송주희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