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日로 몰리는 한국 골퍼

요즘 일본 골프장에서 한국 사람은 VIP 대접을 받고 있다. 공급 과잉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골프장의 빈자리를 한국골퍼들이 채워주기 때문이다. 도쿄에서 한두시간 걸리는 수도권 골프장을 가보면,한국인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북부 홋카이도나 남쪽 규슈의 지방 골프장에도 한국인들이 부쩍 늘어났다. 홋카이도 미쓰이관광골프리조트에는 지난해 3천여명의 한국인이 찾았다. 규슈 미야자키현의 경우도 한국인 방문객이 지난해 3배 이상 늘어났다.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으로 한국골퍼들이 몰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골프장 이용료가 한국보다 싸다. 일부 명문 골프장을 제외하면,1인당 이용료(식비,캐디피 포함)는 1만엔(10만원)선이다. 한국에서는 평균 20만원 이상 들어간다. 또 다른 이유는 버블기에 골프장을 많이 지어 부킹(예약)난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골프장 수가 2천4백개를 넘어 1,2주 뒤라면 회원권이 없어도 예약 가능한 곳이 많다. 골프치는 환경도 한국보다 좋다. 한국의 경우 플레이를 하다 보면 뒤에서 공이 날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일본에서는 뒤따라오는 팀이 없을 때도 적지 않다. 온천이 붙어있는 골프장도 많다. 게다가 한국인 안내인을 배치하거나 식당 메뉴에 갈비탕이나 돌솥비빔밥 등을 내주는 골프장도 늘어 골프장 이용에 불편이 전혀 없다. 값도 싸고 예약하기도 쉬운 일본으로 한국 골퍼들이 몰리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뜩이나 대일무역 적자가 불어나고,내수불황이 심각한 한국경제를 생각하면,일본으로 골퍼까지 뺏기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 올 상반기 대일 무역적자는 1백14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물가가 한국의 2∼3배나 되는 일본보다 한국 골프장 이용료가 2배 이상 높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증거다. 골프는 이미 한국에서 3백만명 이상이 즐기는 대중 스포츠다.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비싸다면 골프장을 늘릴 수 있도록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그래야 값이 싸진다. 일본보다 이용료가 떨어져야 하는게 정상이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