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초라해진 'ITU 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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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행사 맞나요? 국내 행사보다 규모가 작은 것 같네요."
7일 부산 벡스코에서 'ITU 텔레콤 아시아 2004' 전시회를 둘러본 한 관람객의 말이다.
전시회 참가업체가 예상보다 적은 데다 전시장 군데군데 비어 있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삼성전자 LG전자 KT SK텔레콤 등 국내 대기업 부스만 눈에 띌 뿐 별다른 구경거리가 없었다.
뒤쪽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정보문화진흥원 한국전산원 한국정보통신연구진흥원 등 정보통신부 산하 기관들이 자리잡고 있고 텅빈 부스도 보였다.
이 행사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아시아 지역에서 2년마다 한번씩 개최하는 '정보기술(IT) 올림픽'.IT산업의 새 트렌드를 제시하고 글로벌 업체들의 비즈니스 장이 되는 행사다.
정부는 그동안 동북아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라며 50여개국 5백개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밝히곤 했다.
그러나 대회 조직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이번 전시회 참가업체 수는 22개국 2백24개에 그쳤다.
지난 2002년 열린 홍콩 행사 때 32개국 3백23개 업체가 참가했던 것에 비하면 규모가 현저히 줄었다.
참가업체 면면을 봐도 수준 미달이다.
통신전시회에도 불구하고 노키아 모토로라 등 글로벌 업체들이 참여하지 않았고 인텔 IBM HP 썬 등은 한국법인이나 아시아·태평양지역 차원에서 참가했을 뿐이다.
조직위원회의 집중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업체들은 불과 5개만 참가했다.
국내 업체들의 전시회에 대한 태도도 소극적이다.
전시회를 계기로 신제품을 공개하거나 신기술을 소개하려는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발표했던 제품들을 끌어모아 전시장을 채웠다는 혹평도 듣는다.
심지어 당국의 성화에 못이겨 전시회를 3주 남겨놓고 부랴부랴 준비한 업체도 있다고 한다.
정부는 그동안 우리나라를 'IT 허브'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번 행사의 유치도 이런 정책목표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홍콩 전시회에 비해 훨씬 초라해진 이번 전시회가 한국 IT산업의 아시아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최명수 IT부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