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1000시대 열자] 제1부 : 고개숙인 기관 ④ 외국회사 왜강한가
입력
수정
지난해 2월 서울 세종로에 위치한 모건스탠리 한국 지점.세계 각지에 흩어져있던 이 회사 M&A(인수합병) "드림팀"이 한자리에 모였다.
프로젝트는 3조원짜리 조흥은행 매각건.한국 지점의 양호철 대표가 이끄는 대정부 전담팀,관련산업의 동향을 분석해 M&A전략을 짜는 산업팀,지분매각 가격을 산정하는 리서치팀,국내외 바이어를 물색하는 시장조사팀,구체적 계약조건을 만드는 실행팀 등이 머리를 맞댔다.
이어 국내외 바이어 접촉,투자리스크 조절 등을 일사천리로 진행,초대형 매각 프로젝트를 불과 6개월 만에 마무리지었다.
모건스탠리와 JP모건 메릴린치 등 세계 주요 증권사들은 이같이 막대한 자금력과 브랜드파워,전세계 네트워크 등을 총동원해 알짜사업으로 꼽히는 대형 M&A와 IB(기업금융)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런던에 위치한 JP모건플레밍애셋매니지먼트 유럽본사를 보자.이 회사 건물 5층에는 리스크매니지먼트팀,포트폴리오 구성팀,시장 조사 및 투자전략팀이 한데 모여 3천4백30억파운드(7백조원)에 달하는 자산과 해외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연기금이나 개인으로부터 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자산운용 역시 마찬가지다.
높은 수익률이 목표인 만큼 유능한 펀드매니저는 물론이고 포트폴리오를 짜는 투자전략가,고객을 끌어모으고 신규 고객을 창출하는 시장전문가와 마케팅담당자들도 필수 인력으로 가세한다.
그렇다면 이들 외국 증권사(투자은행)의 막강한 시장 장악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네덜란드 투자은행인 ABN암로의 IR담당자인 도미니크 마스씨는 "첫째도 교육,둘째도 교육,셋째도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10년 이상을 염두에 둔 장기적인 인재육성이 바로 힘의 원천이란 것이다.
마스씨는 "ABN암로는 지난 80년대 들어 자산운용부문이 비교적 취약하다는 판단에 따라 펀드매니저 등 핵심 인력을 육성하기 시작했다"며 "최소한 10년 뒤의 장기적 성과를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실제 이때 육성된 인력이 1990년부터 ABN암로가 유럽내 자산운용 대표주자로 발돋움하는데 일조했다는게 그의 분석이다.
이 회사는 이렇게 양성된 인재를 다른 외부 기관과의 교류 등을 통해 각 부문의 최고 전문가로 키워간다.
내부 경쟁 및 외부 전문가들과 어깨를 겨루며 쌓은 노하우로 팀워크를 발휘하며 대형 프로젝트에 집중적으로 쏟아붓는 이들과 국내 증권·투신사가 맞붙어 열이면 열,일방적으로 'KO패'당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일 것이다.
골드만삭스 한국지점 이찬근 대표는 "골드만삭스가 한국 프로젝트를 처리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각 부문의 전문가들을 동원하는 걸 보고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면서 "그러나 세계 어느 지역에서든 관련 팀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딜(거래)을 처리하는 것은 외국업체들엔 상식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투신운용의 TS리 아시아·태평양 총괄책임자는 "지금은 싱가포르 대만 등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이 앞다퉈 패널을 설치,서로 자문하고 교육하는 시스템을 갖춰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릴린치의 콩응화 아시아·태평양 최고책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의 질적 향상"이라며 전문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런던·암스테르담=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