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복구비 빠듯 .. 예산처 "태풍아 제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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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태'자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태풍이 북상 중이라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나라살림을 관장하는 기획예산처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세수(稅收)가 부족한 마당에 재해까지 겹치면 재정운용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
예산처 관계자는 8일 "요즘엔 아마 기상청보다 우리(예산처)가 날씨에 더 신경을 쓸 것"이라며 "재해복구비가 얼마 남지 않아 태풍 피해가 커지면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만약을 대비해 남겨둔 예비비 중 재해복구비로 쓸 수 있는 돈은 겨우 7천억원가량.올해 1조3천억원을 책정했지만 지난 3월 중부지방을 강타한 '1백년 만의 폭설' 등으로 이미 절반가량을 썼다.
태풍 루사와 매미가 불어닥쳤던 2002년과 2003년에는 피해복구를 위해 각각 5조원 이상의 나랏돈이 지출됐다.
게다가 재정여건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올해 이미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과 이라크 파병 등으로 2조5천억원의 예산이 추가됐고 내년에는 당초 예상보다 세수는 줄고 경기활성화를 위한 사업은 늘어 6조∼7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형편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