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위로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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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은 '화(Anger)'라는 책에서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앙갚음하려 하지 말라,남을 탓하거나 미워하지 말라,내가 모두 옳다고 판단하지 말라,애써 참지 말고 도움을 청하라는 것 등이다.
누군가 그대를 화나게 할 때 말로 대응하지 않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 이른다.
복잡한 인간생활에서 누구나 주체할 수 없는 화를 안고 살아가기에 스님의 가르침은 큰 공명으로 와 닿는다.
비단 화뿐만 아니라 고민이나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들은 만병의 근원이며 불행의 씨앗이라 해서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그렇지만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화를 다스리고 고민과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리기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 독일에서는 고민에 빠진 사람을 위로하는 기계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소식이다.
제니퍼 바우마이스터라는 예술가가 중고 슬롯 머신을 개조해 만들었다는데,이 기계의 버튼을 누르면 비디오 화면이 뜨면서 "당신은 정말로 멋져요" "아름다운 마음에 혹시 상처를 받지는 않았는지요" "당신은 정말 환상적입니다"라는 내용이 노래와 함께 흘러나온다는 것이다.
'위로 기계'로 명명된 이 장치는 사람들의 자긍심을 높여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어준다는 간단한 원리인데 그 반응은 의외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얼마전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개발된 '아싸난타'라는 전자드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드럼은 철재로 만들어져 아무리 두들겨도 부서질 염려가 없으며 마음대로 치기만 하면 음악이 흘러 나오고 조명까지 겸비돼 속이 후련해진다고 한다.
누구나 화가 치밀고 고민이 있을 때는 위로를 받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사람이 아닌 기계에 의지해서 가슴의 응어리를 삭인다는 것이 그리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틱낫한 스님은 말한다.
사람은 나무이고,화 고민 스트레스는 나뭇가지에 해당하는 감정이 좌우하는데 감정은 한 순간 다가와 폭풍처럼 머물다 가는 것이라고.이처럼 스쳐 지나는 감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마음속에 평화가 깃들고 얼굴에는 미소가 절로 피어나지 않을까.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