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전망 갈수록 떨어진다

국내외 전문기관들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조정하고 있다. 영국계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8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4%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고,미국계 씨티그룹도 전망치를 5.0%에서 4.3%로 크게 낮춰잡았다. ◆하향 조정되는 성장 전망 피치는 8일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3%대로 곤두박질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는 내수 부진'을 이유로 들었다. 제임스 매코맥 피치 국가신용평가팀 이사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5%대를 기록하겠지만 올해는 4%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브라이언 컬튼 피치 아시아지역 본부장도 이날 다우존스와의 인터뷰에서 하반기 들어서도 한국의 내수 부문이 가시적인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7%포인트나 내려잡은 씨티그룹은 "정보기술(IT) 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이 산업의 성장세 둔화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다른 이유를 제시했다. ◆심각한 내수 부진의 늪 정부는 최근 들어 석 달 연속 백화점 매출이 늘어났고 6월 중 서비스업 활동도 플러스(+)로 반전하는 등 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남에 따라 하반기부터 내수 소비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7월 서비스업은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7월에는 내수 소비가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교육서비스와 부동산업 등이 매우 부진해 다시 (밑으로)꺾였다"며 "내수 소비 회복 여부는 한두 달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간 연구기관들은 더 비관적이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내수 소비가 올 하반기 0.8%,내년에는 2% 정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며 "연간 2% 증가율로 내수 소비 회복이 이뤄지는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예상대로라면 하반기 내수 소비가 전기 대비 1% 이상 늘어나야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기대에 훨씬 못미칠 것 같다"며 "8월에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전망도 불투명 지난 8월 수출액(통관 기준 1백98억8천만달러)은 6개월 만에 처음으로 2백억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특히 8월 수출 증가율(29.3%)이 9개월 만에 처음으로 30% 아래로 낮아지는 등 수출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함에 따라 하반기 경제는 수출이라는 '기댈 언덕'마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형성되고 있다. 이정호·김동윤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