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일자) 신중치 못한 화폐액면절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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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일각에서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화폐액면 절하) 등 때아닌 화폐제도 개편 방안을 들고 나온 것은 상당히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어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당 차원에서 더이상 이 문제를 논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혀 논의가 일단 잠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이미 한국은행이 검토하는 등 여전히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화폐액면 절하를 하자는 주장은 그 나름대로 전혀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행 화폐 단위가 도입된 것은 지난 73년이고,그후 30년동안에 경제규모가 1백배 가량 커졌지만 화폐단위는 그대로여서 국내 거래는 물론 대외거래에서 불편한 점이 많고 그에 따른 낭비와 비효율이 많다는 지적은 많았었다.
더구나 물가상승으로 인해 상품이나 서비스가격이 높아져 실제 거래에서 현재 발행되고 있는 1원,10원짜리들이 퇴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로 인한 손실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런 이유들 때문에 경제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난 화폐액면 절하를 경제상황도 좋지않은 지금 굳이 추진해야 한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새로운 화폐를 발행하는데 따른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을 뿐더러 물가 불안 등 충격이 적지않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 리디노미네이션이 실시된다면 새 화폐를 발행하는 직접비용은 물론 금융권 전산시스템 교체나 현금자동지급기 자동판매기 대체 등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또 화폐개혁은 어느나라에서건 항상 인플레를 유발해 부동산 등 실물투기확대와 그로 인한 물가불안을 가져왔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더구나 이번 화폐 관련 논란은 정치권에서 불거졌다.
이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정치권의 논의가 자칫 곧 실시될 것처럼 국민들에게 잘못 인식될 경우 그에따른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대한 투기가 늘어날 것이고,지금도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해외로의 자본유출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때문에 리디노미네이션은 지금 당장 필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논의 자체가 매우 위험스런 일이다.
혹시 장기적으로 필요하다 해도 정치권이 아닌 정부와 화폐당국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정말 치밀하고 철저한 연구와 준비를 한 뒤에 공론화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